정치는 경제위기가 안보이나 본사 부회장

2022년 09월 21일(수) 19:54

2022년 우리의 현실은 팍팍하다. 막막하다. 답답하다. 물가는 매일 오르고 서민경제는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마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 한국경제보고서’라는걸 냈다. 우리나라 내부에 산적한 문제들을 알고는 있지만 나라 밖에서 객관적으로 분석을 해서 보여주니까 더 선명하게 보인다.

OECD는 우선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학벌주의’와 ‘고령화’라고 보았다. 우리나라는 학벌주의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중구조가 심해지고 명문대 진학에 집착하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한국경제의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느는 가운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결과 현재의 연금 수준으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한계, 임계점에 봉착했다고 경고했다.

필자는 OECD가 분석한 고령화 문제에 크게 동감한다. 고령화 문제로 국민연금 지출이 급증하지만 정작 수령 액수는 최저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점을 문제로 보았다. 현재 한국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2세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2005년 165만 명에서 2020년 539만 명으로 급증한 상태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에 140%를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OECD의 예상이다.

OECD는 문제의 해법으로 연공보다 능력에 기반한 임금체계 개편,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조정, 대학 정원의 유연성 제고라는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을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가 암담해질수도 있다.

OECD는 올해 우리 물가상승률을 24년 만에 가장 높은 5.2%로 예측했다. 이는 OECD가 지난 6월 경제전망 때 발표한 4.8%보다 0.4%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또한 1998년 외환위기(7.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차질,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졌다.

걱정스런 부문은 물가가 잡히지 않고 오히려 더 가파르게 오를 것이란 OECD 전망은 위기감을 넘어 공포감을 갖게 한다. 실제로 추석이 지나도 물가 상승세가 꺾이기는 커녕 오히려 상승세가 이어졌다. 라면, 과자, 우유 등 주요 가공식품 전반에 걸쳐 가격 인상 도미노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농산물 가격 급등세는 더 심각하다. 물가는 갈수록 오르는데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어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 게다가 OECD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6.6%로, 26개 주요국 가운데 5번째로 높았다.

총체적 경제위기다.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야 한다.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물가 안정에 나서는 길밖에 없다. 전쟁 한다는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모든 분야를 개혁해야 살아 남는다. 대통령은 정쟁보다 위기극복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는 지표상에 나타나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빨리 인식해야한다. 지금 한국 경제의 현재와 앞날은 어둡다. 무역수지는 9월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약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이 위협받고 있다. 1500원도 넘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미국의 긴축과 금리인상으로 달러강세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킹달러’로 표현되는 강달러 현상은 수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위안화와 엔화를 포함, 세계 각국이 모두 같은 상황이어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외환보유액은 4364억달러로 연초보다 275억달러 감소했다. 한미 금리역전으로 달러 유출도 우려된다.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 외환보유액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OECD도 국가부채를 줄이는 대책으로 연금개혁을 들고 있다. 세금으로 지탱하는 연금의 개혁은 한시가 급하다. 때를 놓치면 영영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올해 2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에 중국·인도네시아를 더한 35개국의 전 분기 대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0.7%로 20위였다. 반면 아이슬란드(3.9%), 네덜란드(2.6%), 튀르키예(2.1%) 등은 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2분기 세계 경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에너지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한은은 수출 감소에 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겹쳐 하반기 성장률이 0%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ING은행은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고 예측했다.

상황이 이런데 정치권은 뭘하고 있나. 기업·가계·정부가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국력 결집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정치는 없고 정쟁만 난무하고 있으니 국민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치는 국가 위기때 꼭 필요한 도구다. 정치가 하루빨리 본연의 기능을 되찾아 개혁과 경제 활성화, 민생을 위한 정책과 입법을 놓고 보다 가열차게 경쟁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선진국의 경기하강 신호가 뚜렷해졌다며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 중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글로벌 경제 5대 리스크, 경기침체, 교역전쟁, 오일쇼크, 러시아 공습, 긴축 통화로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는 더욱 취약하고 위험해졌다는 것이다.

엄혹한 시기다. 다시 강조하지만 치밀한 선제대응으로 위기를 막아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정치가 정신을 차리고 기업과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대안을 찾는 길밖에 없다.

이제껏 가보지 못한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제발 정신 차리고 경제위기 극복에 집중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