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의 광주땅 '최초' 이야기](59)서점 1920년대 황금동 국지서점 ‘독서문화’ 씨앗 뿌리다 삼복서점 1932년 개업…지역 대표 명성 잇다 2008년 역사 속으로 카프카·녹두·남녘·백민·황지·청년글방 등 사회과학서점도 사라져 출판·기획·카페·전시·강좌·공연 기능 겸한 ‘독립서점’ 대안 떠올라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

2022년 09월 22일(목) 20:43

가을은 독서 계절이다. ‘2022 광주동구 한국지역도서전’이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푸른길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는 ‘지역과 책, 서로를 보둠다’란다. 20세기말 광주에는 300여개 서점이 있었으나, 지금은 헌책·아동책방 제외하면 91개에 불과하다. 자치구별로 보면 북구가 26개로 가장 많다.

현재 광주 대형서점은 2006년생 광천동터미널 영풍문고와 2018년 치평동 상무중앙로 타임스퀘어빌딩 3층에 든 교보문고, 금남로 중고서점 알라딘이다. 향토서점으로 광산구 월계·수완동 세종문고와 송정동 나남문고, 남구 봉선동 예림문고, 동구 무등맨션지하 충장서림, 북구 문흥동 셋터코아 보보스문고와 일곡동 나래문고가 큰 서점 축이다.

광천동 영풍문고(향토지리연구소2022).

광천동 영풍문고(향토지리연구소2022).

광주최초 서점은 1920년대 황금동 51번지 국지(菊池)서점이다. 현 청소년삶디자인센터(학생회관) 남서편이다. 1932년판 전화번호부에는 서적·신문·자동차가 함께 기록돼 있다. 1940년 충장로1가 30번지로 옮긴다.

광복이후 김중기(金仲琦)가 맡아 삼복(三福)서점을 건다. 땅이력서는 1952년 30-1·31-3번지가 오춘영에서 김씨터로 변했다. 손자 김성규는 1992년 금남로2가 20번지 무등빌딩 지하로 확장, 이전한다. 직원 40여명과 운남·상무지점까지 낸 뒤, 2008년 폐점에 이른다.

현재 삼복서점 명을 달고 있는 화순이서 출신 유연식(60)씨를 만났다. 지하철 화정역에서 광주교육청 간 화운로 121(화정동755-6)2층에서다. 버스정류장턱 1층 삼복당 빵집과 함께 명함에 ‘최고(最古)서점, SINCE1932’가 새겨져 있다. 1983년 충장로4층 건물부터 몸담아 2009년 치평동 100평 매장을 받았다. 10여년 운영타가 교보문고 입점에 현 위치로 왔단다.

80년 전 충장로1가 삼복서점(예향1992년 8월호).

화정동 삼복서점(향토지리연구소2022)

월산동 수박등 기슭에 위치한 한국사회조사연구소장 김순흥 교수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를 본다. 2006년 제6회 ‘사회연구<삼복학술상>’ 최우수논문으로 정병은·장충권, ‘노가다’의 사회자본 형성과 한계(건설일용근로자의 연결망·신뢰·호혜성)를 뽑아 연구비로 500만원을 준다.

1992년 예향에서 지형원의 글을 읽는다. 창업주는 달성출신, 동경물리학교졸업, 계림동 신광의원 형 성기(聖琦)권유로 광주에 온다. 중앙로 추선회관 부근에 1932년 삼복서점을 낸다. 삼복개업 이전 한국인 최초 서점 경영인은 최재익(崔在翊)으로 호남백화점부근 광산서점이다.

1956년 명감자료 속표지 다음 광고란에 서점 두 곳이 띈다. 주식회사 광명당서점(김만흥)은 충장로3가 4번지(충장로파출소앞)로 초중고등국정교과서공급, 중고대학일반도서도산매점이다. 합명회사 대광서림(정영화)은 충장로5가 33번지에 있다.

본문 서적(書籍)업소를 위치별로 정리해본다. 충장로는 1가 전남서점직매소(김병연)·새한책방(최덕규)·문영사(오재영), 2가 동해당(박동실), 3가 전남서점(김창일)·삼성당서점(이기홍)·목양서림(서한권), 4가 대한도서주식회사 광주지점장(김주현), 5가 광주서점(류제묵)이다.

금동은 광성서점(국순길)·아태나서점(김명영)·우리서점(정순임)·삼독서점(김복태)·자유서점(김효근)·성문당서점(박노덕)·금남서점(김형수)이다. 충수동은 대한문교서적주식회사 광주사무소이며, 대의동은 중앙서점(안종호)·광림서점(오정열)이다.

구동은 광주공원서점(이호민)이며, 양동은 홍익서점(이병섭)·영문사(김창중)·문성사(이수홍)이다. 계림동은 계림사(박석순)·대학당서점(최수환)·자연당서점(이종관)·경양당서점(마새황)·광문당서점(황용규)이다. 시가안내지도에는 종합서적 건너편 궁동 석광서점도 보인다.

광주최고 지가(地價)터 스탠드독서방, 나라서적(진영수)이 있었다. 광주우체국 건너 충장로2가 15-1번지에 1977년 3월부터 1996년 1월까지 고객을 맞이했다. 1980년 충장로 어귀서 출발, 궁전제과 북편 무등(삼양)백화점에 선 충장서림(장기원)은 1996년 지1층·지상2층까지 커진다. 2012년 8월 말 영업을 접었다가 11월 말 지하에 재개점 한다.

1980년대 충장로2가 나라서적(예향1985년 12월호).

1995년 금남로3가 12-3번지에 선 일신문고, 운암동 주민문고, 중앙로 황금동 세종문고(변청수), 7곳의 사랑방문고(박시종), 교과서전문 종합서적(조수웅), 일본서적전문 중앙초교 앞 춘추서적, 삼복과 연줄인 남동 10-2번지 광주지도(지형도)센터는 역사 뒤안길이다.

1975년 대의동 은암미술관언저리 카프카(김남주), 1977년 계림동 252-17번지 녹두(김상윤), 1986-1993년 남녘서점(정건호·이세길), 조대통 백민(오기만)·통일서각, 전대후문 황지(송재형)와 정문 청년글방과 같은 사회과학서점도 사라졌다.

1970년대 예술의거리 학문당(안명원)은 계림동 250-91번지, 1990년대 봉선동 버스종점에 있던 이호서점은 금호동, 2003년 매곡동 설죽로변에 세운 초원문고는 길 건너 오치동으로 옮겼다. 종교서점, 원각사 불일서점은 여전하다.

인터넷 서점의 온라인 할인과 대형서점의 증가, 전자교과서 도입, e북 확산은 동네서점 몰락원인이다.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책 구입 때 대형서점 38.5%, 인터넷 서점·쇼핑몰 23.7%, 동네 소형서점 10.6% 순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제4836호)를 2017년 초 제정한다. 목적은 지역서점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 지역서점의 경영안정화와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 활성화에 이바지함이다. 지역서점은 광주에 주소와 방문 매장 사업장을 두고,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서점을 말한다.

동구청은 지난해 11월 전국 자치구 최초 ‘동네서점 바로 대출 서비스’를 시행한다. 지역서점은 중앙도서관 앞 장동 광우서점을 비롯 손탁앤아이허·책과생활·맥거핀, 서석동 대양서림·기역, 동명동 부림문고, 지산동 하나서점·지엠북(만복서림)·북스북스, 산수동 산수책방꽃이피다, 충장로 5가 소년의서, 운림동 인스토리가 있다.

동명동 광우서점(향토지리연구소2022).

서점 변화무쌍으로 결국 생태계다. 출판·기획·카페·전시·강좌·공연을 겸한 독립서점 형태가 대안이란다. 2020년 말 광주독립서점은 14개다. 2011년 수완동 1252번지에 숨책방(이진숙)이 문을 열었다.

무인·심야책방도 검색되고, 상호도 운영주체와 성격에 따라 다채롭다. 광주·전라도에 관한 모든 책을 제작·진열·열람·판매하는 참말 향토책방이 다가온다. 책(冊)은 우리일상을 책(策)한다.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장·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