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말만 믿었는데…” 갈 곳 잃은 노인들 농성동 도시재생 경로당 이전 약속 미이행 주장 강승희 기자

2022년 09월 22일(목) 20:43

광주시 서구 농성동 노인들이 “경로당 일부를 철거한 뒤 건립 예정인 커뮤니티센터로 이전시켜주겠다”는 해당구청 관계자의 말만 믿다가 기존 경로당만 고스란히 사라지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22일 광주 서구에 따르면 서구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문화와 예술이 꿈틀대는 창작농성골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했다. 예산 100억원(국비 50억원·시비 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행복주택 부지 매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삭감돼 75억여원이 집행됐다.

서구는 2019년 해당 사업에 포함된 ‘우리 마을 살리기’의 일환으로 농성동 연화경로당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주민 설명회 당시 서구는 남성 이용자 공간을 일부 철거해 여성 이용자 사용 공간을 넓히는 대신, 건립 예정인 창작농성골커뮤니티센터 2층 공간 사용을 제안했다.

이후 서구는 28억여원을 투입해 연면적 652㎡, 지상 3층 건물인 창작농성골커뮤니티센터(이하 커뮤니티센터)를 지난해 3월 준공했다. 계획된 건물의 사용 용도는 1층 카페와 공유주방, 2층 대여 가능한 회의 공간, 3층 마을관리사무소다.

커뮤니티센터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건물 2층만 임시 운영했다. 2층에 TV와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서구 직원들이 1명씩 교대 근무하며 주민들이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연화경로당 남성 이용자들도 커뮤니티센터를 경로당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경로당 남성 공간 이전 말만 믿고 기다렸다가 임시 운영 종료와 함께 갈 곳을 잃은 연화경로당 남성 이용자들은 커뮤니티센터 인근 정자 등에서 지내고 있다. 더욱이 날씨가 추워질 경우 이마저도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커뮤니티센터 건립에 앞서 서구가 연화경로당 이용자들에게 했던 경로당 남성 공간 이전 제안은 올해 담당자가 바뀌면서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업무 소관도 주민자치과로 이관됐다. 주민자치과는 현재 해당 공간에 미디어센터(10월 착공)를 조성할 계획이다.

연화경로당을 이용했던 이모(62)씨는 “커뮤니티센터 2층에 TV와 운동기구 몇 가지가 설치돼 한동안 이용했다”며 “어느 날 도시재생과 직원들이 찾아 와 바빠져 관리가 힘들다며 한두 달 정도 있다가 다시 이용해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이용을 제한한 날로부터 다시 개방을 해주지 않고 있어 공간을 잃게 됐다”며 “아직까지 서구는 주민들에게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경로당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 설명회 당시 일부 남성 이용자들이 공간의 필요성을 제기해 커뮤니티센터 2층을 사랑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용하시라고 안내한 것 같다”며 “커뮤니티센터 2층을 경로당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약속했다기 보단 주민들 공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강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