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 ‘田, 그림모내기’展, 내달 3일까지 예술공간집 내면의 ‘씨앗’으로 피워낸 자연의 심상 모내기하듯 그려낸 일상의 흔적, 캔버스에 담아 최명진 기자

2022년 09월 28일(수) 19:20

‘그림모내기-씨앗뿌리기’ <예술공간집 제공>

‘자연일기-모는 짙은 초록에서 황금색이 되어간다’ <예술공간집 제공>

사계절이 주는 감동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심상으로 담아낸 작품 전시회가 마련됐다.

일상의 다양한 감정들을 화폭에 담아온 한국화가 정명숙 작가의 개인전 ‘田, 그림모내기’다.

4년 여 전 작가는 부모님이 살고 계시던 화순 인량동길에 작업실을 마련해 그곳을 오가는 시간 동안 겪은 몇 해의 사계절과 솔직담백한 감상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그간 그의 작업은 ‘積’(쌓을 적)을 근간으로 동그라미 종이들을 중첩해 쌓아올리며 다양한 색채들과 한데 어우러지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진행된 작업들로 2019년, 2021년 자연 속을 담고 거닐었던 시간과 도원을 오가는 듯한 마음을 담아 그린 작품으로 개인전을 꾸미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자연 안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었던 심상을 적극적으로 표출한 작품들이다.

계절이 바뀌며 동글동글한 아카시아 잎사귀를 지나고 꽃들이 풍성해지고 매실도 익어갔다. 복숭아 꽃이 피고 지며, 모내기를 하는 들녘은 자연의 순리를 눈으로 마음으로 익혀가는 시간이었다.

작업실을 오가는 길 옆 논에 물이 차오르고 모내기가 돼있는 논은 또 다른 아름다운 풍경으로 작가의 마음에 박혔다.

땅과 물의 색들 사이에 생명의 초록들이 넘실거렸고 농부들이 그려낸 자연의 그림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고 자연이 건네주는 풍성한 삶의 자양분을 한껏 느껴가는 마음은 ‘그림모내기’ 연작들을 시작하게 했다. 마치 자연일기를 써나가듯 땅과 하늘, 물과 산의 색들이 모두 자연스레 섞여갔다.

생명이 움트는 연둣빛 자연의 색들과 초록에서 황금색으로 넘실대는 들녘의 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푸른 하늘 등 자연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캔버스에 겹겹이 채워냈다.

작가는 “자연이 선사해 준 마음을 귀하고 조심스레 그림에 담아갔다. 모내기를 하듯, 그림 모내기를 해왔던 시간들을 꺼내 보았다”며 “자연이 주는 순리를 받아들이고, 보고, 들으며 내 그림이 땅과 하늘, 물, 산과 생물들과 한데 섞여 그림을 수확하기 위해 애쓰던 마음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명숙 작가는 조선대 회화과(한국화 전공)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광주교대와 조선대에 출강했으며, 마을미술프로젝트 등 문화예술관련 활동을 진행하며 10여 차례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국립광주박물관, 진도 현대미술관, 대광여자고등학교, 중국 길림 서화성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0월3일까지 예술공간집에서 열린다. 문의는 예술공간집(062-233-3342).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