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의 문이 열렸다 본사 부회장 |
| 2022년 09월 28일(수) 19: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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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문 하나가 열렸다. 최근 옛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굴된 유골 가운데 1기가 5·18 때 행방불명된 시민으로 확인됐다. 가족 유전자 비교 결과 당시 23세 청년으로 신원이 밝혀지면서 광주교도소 암매장설은 사실로 확인이 된 셈이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옛 광주교도소에 발굴된 유골이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 가족의 DNA와 일치하면서 유골 신원 확인, 암매장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한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되어야한다.
옛 광주교도소에서 신원미상의 유골을 무더기로 발견해 유골 분석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 가족의 DNA와 99.9% 일치된 유골이 나왔기 때문에 다른 유골도 분석 작업을 밀도있게 진행해야 한다.
이번에 밝혀진 유골 A씨는 광주광역시 충장로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했는데 1979년 9월 방위병 복무를 마치고 고향인 화순과 광주를 수시로 오가며 왕래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5월 항쟁이 한창이던 1980년 5월 24일 1시쯤 화순에서 광주로 넘어가 오후 11시쯤 처제를 만난 것으로 기록됐는데 그 사이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처제를 만난 후 당시 충장로 또는 금남로를 뜻하던 ‘시내’를 간다며 길을 나섰다가 연락이 끊겼고, 큰아버지가 백방으로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이후 42년 만에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합장묘에서 발견된 유골 중 하나로 나타난 것이다.
A씨는 광주시가 행불자로 인정한 85명에 포함돼 있다. 우리는 A씨처럼 선량한 시민이 왜 사라졌는지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광주교소 뿐 아니라 유골 더미가 발견된 옛 광주교도소 인근 10여곳을 비롯해 주남·월남마을 일대와 효천·송암동 일대 등도 다시 조사해야 한다.
최근 5·18진상조사위는 비무장 민간인을 참혹하게 살상한 당시 상황에 대해서 추가 증언을 확보했다. 계엄군 장·사병 1천800여명의 증언과 제보를 종합하고 교차 검증해 광주 외곽 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확인 사살과 시체 훼손, 저격수에 의한 민간인 사살 등 학살 행위를 확인했다. 보상심의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총상 피해자는 360명이 넘고, 대검에 의한 부상도 90건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5·18기념재단 측은 희생자 암매장과 이를 은폐하기 위해 사후 증거 인멸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1980년 7공수가 6월 중순까지 광주에 머물렀고 11공수는 항쟁 직후 서울로 떠났다가 일반인 또는 보병 복장으로 광주에 돌아왔다는 증언 때문이다. ‘공수부대 지휘부가 1980년 5월 27일 이후 암매장 관련 내용을 신고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는 군 관계자 증언 기록을 토대로 광주에 잔류복귀한 병력이 암매장 흔적을 없앴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기존 목격담이나 증언들로 구성된 암매장 추정지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빨리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선 계엄군 등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핵심 관계자의 양심적 증언이나, 관련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당사자의 협조가 절실하다. 여전히 봉인된 비공개 군 기록물에 대한 정밀 분석은 물론 필요에 따라선 당시 광주에 투입된 군인,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하급장교들까지 찾아내 전방위적인 소환 조사도 필요해보인다.
더욱 신속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위해서는 5·18진상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이 필요하다. 각종 제보가 쏟아지는 만큼 조속하고도 광범위한 조사를 위해 인력보강도 필요하다.
42년 만에 5·18 암매장 의혹과 행불자 연관성이 처음으로 드러난 만큼 행불·사망·암매장 경위 등을 추가 조사해야 한다. 262기의 뼈마디가 1천800개 정도 되는데, 행불자 관련 뼛조각도 모두 분류해 찾아 유족에게 인도해야 하는 절차도 남아있다.
암매장의 진실이 열리면 행방불명자 소재 파악과 민간인 학살 실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옛 광주교도소는 5·18 계엄군이 민간인을 사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장소로 지목됐던 공간이다.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를 자행한 계엄군이 시 외곽으로 물러나면서 3공수여단 병력이 옛 교도소에 나흘 동안 주둔했다. 3공수 계엄군은 교도소 근처를 지나거나 인근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해 광주에서 전남 담양으로 이동하는 자동차에 발포하며 민간인을 살상했다.
옛 교도소 무연고 묘지를 정리하며 발굴한 유골 중 5·18 행방불명자 DNA가 확인되면서 합리적 추론단계에 머물던 암매장은 역사적 사실임이 입증됐다. 이번 기회에 신고자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유전자 확보를 통해 진상이 온전히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암매장이 강하게 의심되지만 이를 역사적 사실로 확정하기 위해서는 연결고리를 찾는 추가 조사도 불가피하다. 행불자의 사망 원인과 장소, 시신 매장 경위 등 일련의 과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조금 열린 진실의 문이 더 활짝 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행불자를 모두 찾을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접수와 전수조사도 실시해야 한다.
갑자기 사라진 선량한 시민 또 다른 A씨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얘기하지 않는가. 살아있는 우리의 사명이다. 광주시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억울한 죽음, 억울한 유골의 이름을 찾아주는 일, 참혹했던 진실규명의 문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만큼 빨리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