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정쟁이 아니고 민생이야! / 김일태 |
| 2022년 10월 03일(월) 1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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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은 여야 정치권과 지지층들이 타협과 양보 없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게 되면 모두 파국을 맞게 되는 치킨 게임의 양상으로 결국에 국민과 국가가 위기에 처한다. 이런 정치인들의 정쟁에 대해서 중국 북송 시대 소동파는 녹균헌(綠筠軒)이라는 시에서 ‘…무육영인수(無肉令人瘦), 무죽영인속(無竹令仁俗), 인수상가비(人瘦尙可肥), 사속불가의(士俗不可醫)’로 “고기가 없으면 사람이 야윌 수 있지만, 대나무 없으면 사람이 속되게 되네, 야윈 몸이야 살찌울 수 있다지만, 선비가 속되면 고칠 수가 없다네”라고 정치인의 속된 마음을 꼬집고 있다.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정쟁은 조선의 당쟁일 것이다. 사림파가 득세하기 시작하는 조선 선조 초 영의정 이준경은 죽음을 앞두고 임금에게 올린 차자(箚子: 상소문의 일종)에서 “지금 사람들이 고상한 이야기, 훌륭한 말들로 붕당을 결성하는데 이것이 결국에는 반드시 이 나라에서 뿌리 뽑기 어려운 커다란 화근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이 말은 후에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당쟁은 초기에 관료의 추천권과 뇌물사건, 모반사건 등 정치적 견해의 차이에서 다툼이 있었지만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하여 동인과 서인의 일본정세 보고마저도 상반되어 일본의 침입을 막지 못하고 왕과 신하들은 도성을 버리고 백성은 도탄에 빠지는 형국이 되었다. 숙종 때는 왕이 정쟁에 가세하면서부터 당파의 영수인 남인의 허적과 노론의 송시열, 경종 때는 노론사대신(四大臣)인 김창집, 이이명, 이건명, 조태채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극한 정쟁의 말로는 백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국가를 위태롭게 하였으며 당쟁에 참여한 관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런 경색된 정국에서 서민의 생활은 피곤할 뿐이다. 이미 경제적 고통이 시작되었지만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정쟁에 몰두하고 민생의 아픔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재정지출로 풀린 돈이 물가를 상승시키고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인 민간부채가 GDP의 221.2%에 달하여 금융부실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 도달한 것 같다. 선진국인 미국마저도 경기침체의 희생을 각오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3차례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였고 1979년부터 1980년 초반까지 20%가 넘는 금리를 올린 경험이 있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크게 벌어져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환율은 급등하여 1,450원대로 진입할 태세이며 수입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부진으로 연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로 한국의 원화도 취약한 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하여 주요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의 통화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아시아 신흥국의 이머징 마켓에서 자본 유출이 발생하여 제2 아시아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한국경제도 1997년,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자본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이동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외환 보유고도 충분하고 경제의 기본 역량이 충실하다고 하지만 환율급등이 교역조건 악화로 연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이어진다면 안심하고 있을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자세로 사태를 수습하고 야권과의 협치로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들,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영세중소기업, 일자리에 목마른 노년층과 청년층을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힘든 상황에서 모 영화의 대사처럼 “뮛이 중헌디, 뮛이 중허냐고?” 물으면 1992년 공화당 부시 대통령과 대결한 민주당 대선 후보 빌 클린턴의 선거운동 구호인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economy, stupid)”라고 서민들은 주저 없이 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