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문화전당 다시 보기 / 박준수 |
| 2022년 10월 04일(화) 1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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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중장기 발전계획(2023-2027)을 보면 플랫폼 기능을 활용한 참여와 상호작용, 온·오프라인 병행 구도 활성화, 빅데이터 기반 이용자 중심 문화 서비스 등 복합문화예술 시설의 새로운 틀 적용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완성도 높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 연도별 중장기 핵심주제를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아시아 문명사’를 3단계로 나눠 2023-2024년 아시아의 도시문화, 2025-2026년 도시민의 생활양식, 2027-2028년 아시아의 예술을 주제로 아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콘텐츠에 담아낸다는 게 골자다.
- 야심찬 ‘중장기 발전계획’ 눈길 -
문화전당은 지난 2015년 11월25일 공식 개관했지만 지난해까지 전당장 공백 장기화와 ACC와 아시아문화원으로 조직이 나눠진 채 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표류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9월 ACC와 아시아문화원이 통합된데 이어 올해 2월 이강현 초대 전당장이 취임함으로써 전당 운영체제가 정비돼 ‘아시아문화발신기지’라는 당초의 원대한 목표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광주시와 전당과의 협업체제를 강화해 전당의 콘텐츠 구축과 프로그램에 지역의 문화예술인·기관·대학 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지역밀착화가 기대된다.
필자는 아시아문화전당이 한창 공사중이던 2008년 당시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한 프랑스 작가 뱅상씨와 한국인 유학생 L씨에게 전당에 뭘 담아야 하는지를 질문한 적이 있다.
먼저 뱅상씨는 “만일 아시아만으로 한정한다면 나의 견해는 전통을 현대화하는데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광주 그리고 한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적 전통을 현대적 소재와 도구, 기술로 재해석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필자의 물음에 “21세기는 아시아가 중심이 될 것이다. 광주비엔날레는 매우 성공적이었고 더욱 발전할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 역시 아시아문화의 창구로서 허브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와의 역할분담 그리고 지속적인 예산확보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프랑스도 예산이 부족해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유학생 L씨는 “아시아문화전당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관심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려 광주로 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관심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거장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예술작품이 아닐까 한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구겐하임 미술관의 컬렉션 작품들이 빌바오시의 문화도시로서의 성공에 한몫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반론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두 사람의 견해는 10년도 넘은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음미해 볼만한 대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 이주민과 네트워크 형성 제안 -
이번 전당운영의 야심찬 밑그림과 아울러 5대 문화권사업 등 연관 사업들을 활기차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아시아문화전당에 광주만의 색깔을 담아내는 일일 것이다.
이와 관련, 필자는 광주에 거주하는 아시아 이주민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제안하고 싶다. 현재 광주에는 약 2만6천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광산구 월곡1동은 ‘다문화의 중심가’라고 할 정도로 필리핀, 베트남, 네팔 등 4천명의 동남아 출신 이주자들이 밀집해 있다. 길거리에서 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골목 곳곳에 동남아 가게가 즐비하다.
이들은 이곳에서 그들 나라의 문화를 지켜가고 있으며 때로는 한국문화와 융합하기도 하는 등 아시아문화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일례로 매주 일요일이면 송정동 광산문예회관 부근 작은 교회에서 모여 각 나라별로 자국의 언어로 종교행사를 갖고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공동체정신을 공유한다. ‘아시아 문명사’ 연구에 있어서 유용한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지역사회에서 생생하게 접할 수 있고 융합할 수 있는 루트가 될 수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의 역할은 실험적 창조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의 발신기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