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가을이 오면 / 시 - 양해철

2022년 10월 17일(월) 19:22

가을이 오면
그땐 하루 종일
숲속에 들어가

나무 사이로
흰 구름 흘러가는
하늘을 보며

노래 부르리라
익숙하지 않은
기타를 치며

시를 지어 노래를 만들고
아름다운 시를
온종일 노래로 부르리라

깊은 숲 속에 앉아
가을을 보는 인생은
향기도 나고 쓸쓸하기도 하고
행복이 만들어 지기도 하고…

<양해철 약력>
▲한국문인 등단
▲서양화가
▲한국스피치리더십 교육원 지도교수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양해철 님의 시 ‘가을이 오면’에서의 시적 화자는 가을이 오면 하고픈 일들을 펼쳐 놓고 있다. 가을을 대하는 삶의 자세가 밝다. 가을은 빈 둥지처럼 쓸쓸함이 감도는 공간이다. 그 쓸쓸한 공간을 시적 화자는 산뜻하게 리모델링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만의 예민한 촉각으로 사색의 공간을 채우며 시 세계를 확장해 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시는 가을의 심층으로 들어가 따스한 이미지를 탄생시키고 있다. 가을이 오면 하루 종일 숲속에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반나절도 아니고 온종일 숲속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문득 가을과 하나 된 시적 화자가 부럽다. 가을과 함께 있으면 산그늘에 숨어 있었던 가을의 언어들이 와글와글 쏟아져 나올 것 같다. 나무 사이로 흰구름 흘러가는 하늘을 보고, 기타를 치며, 시를 지어 노래 부르겠단다. 참 멋지다. 봄과 여름을 열심히 살아왔기에 여유 있는 자세로 가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숲속에 앉아 가을을 만끽하는 인생, 향기도 나고 쓸쓸하기도 하고, 행복이 만들어지기도 한 인생을 맛보겠단다. 몹시 낭만적이다. 세상살이 속에서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낭만을 점점 잃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나름대로 경종을 울리는 시라 여겨진다. 부디 현대인들이여, 낭만을 되찾아 여유와 여백이 있는 인생을 살아가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