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순사건 구례지역 민간 희생자들 / 박준수 |
| 2022년 11월 01일(화) 1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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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은 정부수립 직후 국가체제가 확립되기 전 분단과 좌우익 대립의 혼란 속에서 빚어진 비극적 사건으로 규정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1948년 10월19일 여수에 주둔한 제14연대가 정부로부터 ‘제주폭동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하달받고, 출항을 준비중 일부 군인들이 “우리의 동포를 죽일 수 없다”며 일으킨 일종의 봉기이다.
-분단과 좌우익 대립의 혼란기-
봉기군은 여수를 점령한데 이어 순천을 장악하는 한편 인근 구례, 벌교, 남원 등으로 세력을 확장할 태세였다. 그러나 곧 이은 정부의 진압작전으로 순천과 여수가 탈환되고 쫓기던 봉기군은 지리산으로 입산하여 게릴라전으로 전환, 상황이 장기화되었다. 이에 맞서 진압군은 지리산 일대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켜 봉기군 소탕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지리산 일대는 1948년 11월부터 1954년 4월1일 입산금지령 해제시까지 비극적인 참사가 이어졌다. 여순사건은 명칭과 달리 특히 구례지역 민간인들의 피해가 컸다.
지리산 입구에 위치한 구례는 지리적으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간지역이어서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주민들간 밀접한 접촉으로 인해 작전상 의혹을 받기 쉬운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밤에는 봉기군으로부터 식량 등 약탈에 시달리고 낮에는 군경에게 협조자라는 의심 속에서 붙들려가서 고초를 겪고 목숨을 잃어야 했다.
특히 군경은 봉기군의 보급지 역할을 차단하기 위해 지리산 인근 마을에 대해 소개작전과 아울러 협조가 의심되는 주민들을 가려내 즉결처분하는 등 강력한 적대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이 과정에서 강제연행, 구금, 고문, 폭행, 사살 등 불법적인 인권유린과 폭력이 가해져 민간인들이 큰 희생을 치렀다.
계엄령 치하이긴 하지만 근거법이 제정되지 않은 불완전한 법이었으며 조사관들의 정황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으로 즉결처분 되었다.
봉기군에게 짊을 날라주었다는 이유로, 식사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가족이 부역했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소를 팔러나갔다가 이동금지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처형되기도 했다. 특히 봉기군이 머물다간 지역은 주민들이 집단으로 불려가 한꺼번에 희생당하는 바람에 온 마을이 한날 제사를 지내는 비극을 겪었다.
이처럼 여순사건은 여수·순천이 시발점이었다면 구례는 종착점이었으며 피해가 극심했다.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구례지역 피해 조사대상 가운데 165명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20대 젊은 청년들이었다. 그러나 이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고, 한국전쟁 전후 구례지역 민간 희생자는 3천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요-
당시 이 사건 배후로 북한 공산당, 혹은 김구와의 관련성이 제기되었으나 2가지 모두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시대의 억울한 희생자들이었다.
여순사건은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라는 점에서 광주 5·18과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군인들의 집단행동이 발단이 되었다는 점과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이라 제대로 드러내기 어려웠다. 오히려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빨갱이’ 담론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온 유가족들의 가슴속엔 ‘죽음과 같은 외로움’이 깊게 배어 있다.
가슴에 피멍을 안고 살아온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원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길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다. 유족측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요하지 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원한을 토로했다. 이들이 진상규명을 강력히 원하는 이유는 시퍼런 젊은 목숨이 합당한 죄목도 없이 ‘손가락 총’의 지시로 즉결처분되었다는 사실에 목이 매이기 때문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앞으로 2년간 조사활동을 벌여 진실을 규명할 예정이다. 정부는 진실한 자세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피해자와 유가족의 원한을 풀어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교훈삼아 다시는 이 땅에서 이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