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문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 김희준
2022년 11월 03일(목) 20:06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 / 前 광주지검 차장검사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마약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수리남은 필자가 수사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사건이다. 수리남의 인기 덕분에 필자는 많은 언론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는 3년전 버닝썬 사건이 발생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는 물뽕(GHB)이 화두가 되었는데 GHB 역시 필자가 1998년 광주지검 강력부에 근무할 당시 최초로 적발을 해서 ‘물뽕’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마약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필자는 우리나라의 마약문제가 심각하므로 범정부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했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인가? 안타깝게도 한때 마약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 유엔(UN)은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보는데, 우리나라는 2016년에 이미 25.2명으로 마약 청정국에서 벗어나 마약소비국으로 전락했다. 마약범죄의 급증은 마약거래의 패러다임이 대면거래에서 비대면거래로 변화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금은 인터넷과 SNS 등의 발달로 굳이 만나서 거래할 필요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 필요도 없다. 거래방식도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이나 다크웹 등을 활용하고 있고, 대금지급도 은행간 거래를 하지 않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이용한다. 그리고 화학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신종마약이 속속 등장하면서 메뉴도 다양화되고 있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마약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같이 마약범죄는 갈수록 첨단화, 고도화, 지능화되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마약사범의 연령층이 갈수록 연소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SNS에 익숙한 연령층이 젊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상으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2011년에는 40대가 연령별 1위였으나, 2021년에는 20대가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전체 마약사범 중 38%를 차지했던 40대는 2019년 절반 수준인 21.7%로 줄어든 반면, 30대가 25.7%로 연령별 1위에 올라섰다. 그런데 2년 후인 2021년에는 20대가 5천77명(31.4%)이 검거되면서 연령별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비중이 8.2%에 불과했던 20대가 10년 만에 국내 마약범죄의 주류가 된 것이다. 20대가 마약사범의 최다인 것은 10대 청소년 때부터 마약을 접한 이들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로 10대 마약류 사범은 2011년와 비교했을 때 지난해 11배나 증가했다. 대검찰청 ‘마약류범죄백서’(2012-2021)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송치된 10대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대치인 450명을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1년에 41명이었던 것에서 11배나 증가한 것이다. 마약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이다. 암수범죄란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범죄를 말한다. 마약범죄의 암수범죄율은 적게는 28.5배에서부터 많게는 100배까지 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실제 10대들의 마약범죄 건수는 엄청난 것이다.

마약이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①약물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하고(의존성), ②사용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내성), ③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증상이 나타나며(금단증상), ④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로 정의되어 있다. 즉, 한번 손대면 쉽게 중독되고 끊기가 어려우며 사회에도 해악을 주는 약물이라는 뜻이다.

마약문제는 전통적인 마약인 대마나 필로폰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펜타닐 등 의료용 마약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펜타닐은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중독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중대한 사회문제로까지 악화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일부 동네병원 등의 무분별한 처방으로 우리의 청소년들이 의료용 마약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의료용 마약을 쉽게 처방해주는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고 여러 병원을 쇼핑하면서 의료용 마약을 대량구입하여 이를 유통하는 사례까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의료용 마약을 중복처방하지 않도록 처방내역 확인의무를 부과하는 등 이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

최근에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민의 힘과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주관으로 ‘마약류 대책협의회’를 구성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전국 4대 검찰청에 향후 1년간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운영해 마약류 밀반입과 불법유통에 대응하고,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 및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마약문제는 이러한 임시기구의 설치나 단기간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 보다 근원적인 해결방안은 예방교육에서부터 수사, 단속, 치료 재활까지 담당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기구설치가 필요하다. 마약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은 아직 남아있다. 임계점을 넘기 전에 신속히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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