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양형채 전남대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교수 ‘2022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 선정 오복 기자 |
| 2022년 11월 07일(월) 19: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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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22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은데. 소회한다면.
-우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번 연구는 환자들과 환자를 같이 진료하는 병원 인력들의 도움이 결정적인 연구여서, 함께 고생한 우리 팀이 선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밤 늦게 귀가하는 것을 이해해주고 제가 진료와 연구를 같이 할 수 있도록 본인 커리어를 많이 희생해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주제가 ‘수면무호흡 질환의 유형에 따른 정밀의료를 위한 첫걸음’으로 알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정밀의료는 질환에 대한 획일적인 치료가 아닌 개인별 맞춤 치료를 의미한다. 개인별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에 시행했던 것처럼 수면무호흡을 지닌 환자들에게 획일적인 연구개 수술, 소위 말하는 목젖을 자르는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치료 결과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이는 수면무호흡의 원인이 비단 목젖의 비대뿐만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본 연구는 개별 환자의 수면무호흡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다양한 치료 수단을 시뮬레이션 해 개별 환자에 적합한 맞춤형 치료를 하는 즉, 수면무호흡에 대한 정밀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그리고 연구 주제에서 ‘첫걸음’ 이란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이번 우수성과에 선정된 연구가 작년(2018-2021년)까지 본 연구팀에서 시행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2021년 상반기까지의 연구는 1차 연구로 개별환자들의 해부학적 원인을 파악하고, 현재 나와있는 치료 수단을 시뮬레이션 했다. 이후 본 연구진은 정밀의료의 첫걸음을 떼고, 정밀의료를 완성을 위해 ‘생리내재형 진단 기법’을 저희 기기에 적용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수면팀에서 연수를 진행 중이다.
▲수면무호흡 질환에 관련된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처음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저 역시 코를 골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이후 수면무호흡 환자를 진료하면서, 치료결과가 불완전한 환자들을 보게 됐다. 이 과정에서 느꼈던 좌절감과 환자들에 대한 미안함이 해당 질환에 대해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번 성과는 어떤 의미를 말하는지.
-이번에 저희가 선정된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우수연구의 성과 관리와 확산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선정하는 것이다. 정부지원을 받아 수행한 범부처 약 7만여 연구개발 과제 중, 각 부·처·청이 추천한 후보성과를 대상으로 산·학·연 전문가들로 구성된 우수성과 선정평가위원회서 질적우수성을 평가한 후 대국민 공개검증을 거쳐 최종 100건의 성과가 선정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번 연구가 높이 평가받은 것은 그만큼 연구성과의 우수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지난해 전남대 우수학술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기도 폐쇄 부위에 따라 개인별 특성에 맞는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는 성과로 알고 있다. 이번 우수성과 등 이런 성과가 의학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국인의 60% 이상은 코를 곤다고 한다. 이들 중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수면무호흡으로 진단되는 환자는 40-70세 성인을 기준으로 여성 16%, 남성 27%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 의료비 지출 역시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84억에서 549억으로 7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눈에 보이는 수치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단되지 않고 방치되는 환자들이 더 문제다. 방치되는 환자들은 심혈관계질환, 대사성질환, 인지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치료하는 데 1년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추가로 지출된다고 알려져 있다. 본 연구진의 기술은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시간과 비용 절감을 통해 보다 많은 수면무호흡 환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획일적인 진단과 치료형태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질병 특성에 맞는 맞춤 치료를 가능케 해 치료성적 제고, 치료 순응도 향상 및 직접·간접적 의료비 절감을 통한 사회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치료기기의 개발은 의료기기 시장을 확대하고 수면관련 의료 산업의 발전과 경제적 이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저 처럼 대학에 남은 의료진들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많이 가지고 있다. 진료, 교육, 연구를 병행해야 하기에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심지어는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희 가족을 보면서 혹 주말 부부냐고 묻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연구를 하지 않고 의사로서 환자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고, 즐겁기도 하다. 하지만 임상연구는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구상 및 실제화시켜 국내외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거치며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매일 매일이 새롭다.
▲연구 업적과 저서가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 분야 연구에서 어려운 점이나 정부 지원 등 의학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어떤 것인지.
-우리나라는 연구비가 많지 않은 탓인지 중증도가 낮고, 사회적 관심이 떨어지는 질환을 연구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상대적으로 사망가능성이 있거나, 코로나19처럼 전 국민이 관심이 있는 질환을 연구하는 경우는 연구비 지원도 많고 연구팀도 잘 꾸려지고 있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은 중증도가 떨어지는 질환은 그런 관심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이왕이면 다양한 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함께 이뤄지면서 여러 방면의 연구자들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연구비를 지출하다 보면 행정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은데다, 가끔은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느낌도 들곤 한다. 일부 연구자들의 과오가 전체 연구자들을 일탈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이 하나씩 하나씩 더해지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 연구비관리 시스템이 관료적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일례로 최근 해외학회 발표비용을 청구하려 했더니 한국 측 병원에 제출해야 되는 서류만 해도 7가지였다. 그중 일부 서류는 연수 중인 미국측 병원에서 받아야 돼 이를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측 병원에서는 그런 서류를 작성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응답한데다, 왜 그런 서류를 작성하는지를 오히려 되묻는 바람에 무척 당황한 적이 있다. 연구비 사용 과정에 조금 더 자율성을 보장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
▲전남대병원에서 진료도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골이나 수면 장애로 곤란한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을 ‘코를 골아 창피한 질환’ 정도로만 이해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또한 코골이는 치료가 안된다고 생각하시는 환자분들이 많다. 하지만 수면무호흡은 단순히 창피한 질환이 아니고 치료가 안되는 질환도 아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무호흡 환자들은 고혈압, 심부정맥, 관상동맥질환, 대사성질환, 심지어 치매 가능성이 높아지고 또한 심한 주간 졸림증 및 집중력 저하로 교통사고 발생률을 높이게 된다고 나타났다. 현재는 수면무호흡에 대한 다양한 치료기법이 나와 있다. 의료진을 통해 문제점을 정확히 평가받고 그에 걸맞는 치료를 받는다면, 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전남대 교수, 전남대병원 의료진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저는 광주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생활했다. 이후 대학을 서울로 진학하고 나서야 광주가 경제적 기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와 저희 의료진이 하는 일들이 지역사회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됐으면 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데 혼신을 다할 것이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