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소멸시대, 우리 지역의 미래는 광주에 달렸다 / 이정록 |
| 2022년 11월 08일(화)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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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극심한 지방소멸 위기를 겪을게 분명하다.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은 ‘인구의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전국 228개 시 군 구의 66%가 여기에 해당됐다. 인구의 데드크로스는 ‘인구절벽’으로 이어져 지방소멸을 가속화시킨다는 시그널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연구결과(2022년 3월)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 정도인 49.6%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석됐다.
인구소멸시대에 대도시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렇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시군구 인구증감을 분석한 결과(국토연구원 국토이슈리포트 제52호)가 이를 증명한다. 행정구역(시군구) 기준으로 인구 50만 명 이상에서는 17곳이 증가를, 8곳이 감소를 경험했다. 10-50만 명에서는 46곳이 증가를, 63곳이 감소를 보였다. 5만-10만 명에서는 7곳이 증가를, 31곳이 감소를 나타냈다. 인구소멸시대에도 대도시는 존속할 수 있다는 예증이다.
대도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살아남았다. 왕국과 제국은 없어져도 왕도(王都)는 사라지지 않았다. 수도라는 기능은 상실돼도 도시에 사람들은 계속 살았다. 로마제국이 사라져도 로마는 이탈리아 수도다. 바이에른 공국이 없어져도 뮌헨은 여전히 독일 남부의 경제 중심도시다. 그 도시에 축적된 물리적 비물리적 인프라가 경로의존성이란 관성이 만들어낸 결과다.
대도시만 생존하는 극점사회는 도시의 유기체(有機體)적 속성과 관련이 깊다. 도시는 2차와 3차 산업 비중이 높아 인구가 많다. 많은 인구는 자본과 시설을 끌어들여 경제활동 기회를 보다 많이 만든다. 집적이익과 규모경제도 생긴다. 다른 도시들과 교류하면서 ‘연결성 경제’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살아 창조와 혁신활동도 활발하다. 이런 구조적 속성이 자본과 기업과 시설을 유인하는 인프라로 작용해 더 많은 인구와 재화와 서비스가 도시로 몰려든다. 부자 대도시와 가난한 중소도시로 양극화되는 까닭이다.
지방소멸시대에서도 광주가 대도시 불패 신화를 쓸 수 있을까. 가능하다고 본다. 인구가 감소할수록 사람들은 대도시로 모이게 돼 있다. 일자리, 교통, 교육, 문화, 쇼핑, 사회적 편익 등 대도시 매력 때문이다. 반면에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일자리는 물론이고 교육을 비롯한 도시적 서비스를 누리는데 한계가 있어 인구는 지속적으로 보다 큰 대도시로 탈출한다. 이런 이유로 청년들의 대도시 선호는 더욱 강해진다. 타향이 아닌 광주 전남에 살고 싶은 청년들은 광주에서 살 수 밖에 없다는 말과 다름없다.
통근권을 예로 들어보자. 선진국에서 대도시권의 통근권은 광역교통망(지하철, 버스 등)으로 9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로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광주 전남에 적용하면, 광주에서 7곳(고흥, 해남, 완도, 진도, 신안, 강진, 장흥)을 제외한 모든 곳으로 출·퇴근이 가능하다. 광주∼강진 고속도로가 개통되는 2024년 이후에는 도서를 제외하고 사실상 광주대도시권으로 편입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을 광주 이외의 곳에 누가 집을 사겠는가. 인구감소와 별개로 광주 영향력이 더 강화될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지방소멸시대에도 대도시 광주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광주라는 도시가 축적한 물리적 비물리적 인프라가 나름 경쟁력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라는 대도시 역할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전남 22개 시군민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동시에 도시 자체의 경쟁력도 끊임없이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신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은 기본이고, 사회적 자본이나 지역사회 리더십이 보다 함양돼야 한다.
지방소멸시대에는 부자 도시와 가난한 도시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다.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쓴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에서 1990년 이후 부자 도시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도시는 더 가난해졌다고 말했다. 향후 10년 이내에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이란 두 겹의 파도가 밀어닥칠 광주와 전남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 ‘대도시 광주’의 경쟁력에 광주시민은 물론이고 전남도민 미래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