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뷰]광주여성사 체험로드 ‘광주여성 두홉길’ 광주여성가족재단, 30일까지 시범운영…총 2개 코스 최명진 기자 |
| 2022년 11월 09일(수) 18: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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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광주 근대 여성들의 발자취를 찾는 체험로드 ‘광주여성 두홉길’ 투어를 떠났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의 체험형 역사문화콘텐츠 ‘광주여성 두홉길’은 광주여성 역사를 시민들과 쉽고 재미있게 향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근대화와 독립운동 과정 속 광주 인물들의 진취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유적지를 여성사, 성평등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두홉길’ 코스는 2개로 구성됐다.
광주여성 근대교육의 역사적 흔적과 진취적인 광주여성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두홉길’, 그리고 독립에 주체적으로 참여한 광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백단심길’이다.
이날 투어는 서서평 벽화골목에서 시작됐다.
독일 출신 미국 선교사 서서평은 머나먼 한국 땅 광주 양림동에서 한국 근대여성 교육의 씨를 뿌리고 수많은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다.
이번 체험로드 명칭 또한 그가 사후 유산으로 남긴 보리쌀 두홉에서 비롯됐으며, 양림동 도로명인 ‘서서평길’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조아라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2015년 설립된 이곳은 조아라 선생의 사택을 리모델링해 만든 곳으로, 선생이 살아생전 즐겨 입었던 옷과 신발 등을 전시하고 있다.
조 선생은 고아와 빈민, 여성들의 권익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한 여성운동가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자신이 몸담고 있는 YWCA를 민중항쟁의 거점으로 흔쾌히 제공했으며, 수습대책위원으로 나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녀가 군사법정 최후 진술에서 남긴 말은 아직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을 저지른 사람, 만든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또한 하나님과 역사가 기억을 하고 있으니까 언젠가 전부 드러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아무 죄가 없다. 누군가 불을 질러놨기에 그 불을 끄러 들어간 사람이다. 그런데 이 나라 법이 어떻게 된 법이기에 방화범은 안 잡고 불 끄러 간 선의의 사람들을 데려다 이렇게 죄인 취급하는지 그것이 의아스럽다.”
기념관을 나서 호랑가시나무 언덕에 올랐다. 이곳 일대는 100년 전 선교사들의 사택이 모여있던 곳으로, 고즈넉한 옛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광주여성 근대교육의 상징 수피아여고 뒷 언덕길을 지나 허철선 선교사와 허마르다 선교사가 지냈던 자택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제니의 다락방’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5·18 당시 수많은 학생들을 구해준 의미있는 장소로 양림동 한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이날 투어를 진행한 박민정 여성문화해설사는 “누군가의 부인이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선교사, 선생님이었던 여성들이 이제는 인물 그 자체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며 “광주 근대여성의 시대정신과 진취적인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이번 도보여행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몸소 느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투어는 오는 30일까지 시범 운영되며, 광주여성가족재단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코스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62-670-0562)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