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석 작가 초대전 ‘사생취의, 김도숙의 삶과 예술’展 ‘호남 정신 뿌리’…이름 없는 별들의 함성 내달 10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호남 의병장들 조명 최명진 기자

2022년 11월 10일(목) 19:09

‘이름없는 별들을 위하여’ <무등현대미술관 제공>

박종석 작가

총과 붓으로 의병 활동을 한 호남 서화가 가석 김도숙의 삶과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박종석 작가 초대전 ‘사생취의, 의병지사 김도숙의 삶과 예술’이 다음달 10일까지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한국화가인 박 작가는 지난 30여 년 간 한 작가 자료 수집에만 10여 년 이상 집중하는 등 호남회화 500년사에서 조명되지 않은 잊혀진 화가들을 발굴해오고 있다.

그동안 ‘부러진 대나무, 학포 양팽손의 삶과 예술’, ‘세한을 기약하고, 염재 송태회의 삶과 예술’, ‘검은 고독 푸른 영혼, 석현 박은용의 삶과 예술’ 등을 다뤘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항일지사이자 서화가 김도숙을 주축으로 호남 의병장들을 조명한다.

김도숙의 일대기를 그린 20미터 대작을 비롯해 대구형무소에서 수감 후 처형당한 의병장 16명의 인물상, 죽봉 김태원 의병장, 전해산 의병장, 심남일 의병장, 박사화 의병장, 나성화 의병장, 김도숙 도통장 등 수묵작품 초상화 100호 6점 등 전시작들을 선보인다.

전시 주인공인 김도숙은 나주 남평 봉황 출신으로 1908년 3월 심남일 의병장 의진(義陣)에서 도통장(都統將)으로 활약하며 일본군과 치열하게 싸웠던 의병지사이자 문인화가다. 1908년 의병 활동으로 체포된 이후 7년간 광주감옥소에서 지냈다. 또한 3·1운동 이후 재거의(再擧義)를 도모하다가 사전 비밀이 누설, 일경들의 감시를 피해 26년간의 도피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지필묵을 지니고 다니면서 작품을 구상하는 등 독립 의지를 잃지 않았다. 특히 어느 화파에도 소속되지 않고 스스로 연마해 독자적 세계를 구축한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전시 주제인 ‘사생취의’(捨生取義)는 목숨을 버리더라도 옳은 일을 한다는 의미다. 치열한 역사 현장에서 구국운동을 하며 불의에 맞서 투쟁한 김도숙의 생애와도 뜻이 맞닿아 있다.

박종석 작가는 “그의 흔적인 작품들이 80년 만에 부활해 살아있는 생물처럼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는 듯 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한 그의 생을 기리고 지금의 풍요로운 삶은 어디에서 주어졌는지 성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송규 무등현대미술관장은 “화가 박종석의 그림은 이름 없는 별들의 노고를 기억해야 함을 성토하고 있는 느낌이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산재된 김도숙 지사의 작품들이 세상에서 제대로 평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