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의 캔버스 산책]장도의 하늘, 바다에 안개 가득 한 날

2022년 11월 13일(일) 18:41

‘순수형태-생동’

안검하수로 눈이 침침해졌다.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때맞춰 밤바다에 안개가 자욱 끼었다. 밤사이에 짙은 안개가 온 섬을 덮었다. 사라지는 그 사이사이 장도의 안개는 자연만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도 쌓여갔다.

안개가 들고 나는 자리는 부정과 긍정의 현상적인 표현인가!

이런 날엔 잠깐의 낮잠에서도 생시와 똑같이 그렸던 동복 시절 선명했던 구름으로 도망가기에 좋은 날이다.

근데 다시 구름을 그린다? 그러면 왠지 늙어버렸다는 생각이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뭔가를 완벽히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끊임없는 매듭처럼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세월 따라 형성된 것은 인연이 다하며 항상 변화하고 사라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내 몸까지도 변해서 사라지는 것이기에 결코 거기에 애착을 품을 일이 아닌 것을.

삶의 흔적을 텅 빈 캔버스에 쓰고 지우는 지금, 시각적 촉감의 색 면 층은 관람객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욕심 같아서는 굴곡이 미치더라도 그렇게 벗어나는 방향으로 더 가 봤으면 한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 뿐, 결코 쉽지 않다.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까? 그릴 결심을 하자. 늙어 버리는 것보다 차라리 타버리는 게 낫다. 내년까지 마음산책으로 쭉 밀고 가고 그 다음은 그 다음 생각으로 정말 끝까지 가서 타버린다면….

모든 게 희미해 보이는 날, 걸으면 걸을수록 안개는 깊어져 가슴 속에 머무는 땀 내음으로 나를 이끈다. 구름에서 시작된 자연주의적 조형 의식은 ‘마음산책’ 돼 어디로 걸어가는 걸까? 지척도 구분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그 또한 작업을 풀어가는 묘미다.

어디에도 있는 것 같고 어디에도 없는 나의 실체, 장도의 하늘과 바다사이에 안개가 돼 떠나질 않는다.

<장도에서 화가 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