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과 언론 길들이기 / 김명진 |
| 2022년 11월 24일(목) 1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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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을 중단했다. 수많은 불편을 감수하고 청와대를 사용하지 않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한 가장 그럴듯한 명분이 출근길 기자들과 자유로운 소통이었다. 대통령실이 그동안 강조해 온 소통 활성화의 명분을 스스로 부정한 셈이다.
MBC기자의 전용기 탑승배제 결정이 알려졌을 때 설마 대통령의 결정일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한마디로 MBC를 반헌법 방송사, 사실상 ‘적폐 언론’으로 규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 전문을 길게 인용한 이유는 언론 통제사에 길이 회자 될 거친 표현의 집약이기 때문이다. 비판 보도를 이유로 특정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는 것이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이라는 윤 대통령의 언론관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어진 MBC기자와 홍보기획비서관의 고성 설전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김은혜 홍보수석은 공개 설전을 펼친 MBC기자에게 제재 조치를 할 예정이니 간사단에서 의견을 달라고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MBC기자에 대해 ▲출입 기자 등록 취소 ▲대통령 기자실 출입정지 ▲다른 MBC 소속 기자로 교체 요구 등 3개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 등록 취소의 경우, 해당 언론사인 MBC는 향후 1년 이내 대통령실에 출입할 기자를 추천하지 못한다. 대통령의 언론관과 비서실의 대응을 보면 제재는 불문가지다. MBC는 수용할 수 없으니 더욱 반발할 것이고. 대통령실과 MBC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비판은 위축될 것임은 자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라는 표현을 자주 언급한다. 자유 단어를 취임식에서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 유엔 총회 연설에서 21번을 언급했다. 그 자유 중에서 바로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가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말과 행동이 따로이다.
국민의 주권 행사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언론 자유의 역할은 막중하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자유는 정확한 정보를 취재해 보도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니 불편해도 존중해야 한다.
권력이 언론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본 시절도 있었다. 6·15 남북정상회담 추진 당시 북한 당국이 “조선일보와 KBS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 땅에 발을 못 들인다”고 경고하며 방북 명단에 조선일보와 KBS를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이 조선과 KBS 취재를 불허하자 기자들을 무조건 태우라고 지시했다. “남한은 민주국가이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정상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하는 것이다. 누가 동행 취재 가느냐는 우리가 결정한다. 취재기자 선정까지 양보하면서 정상회담을 할 필요는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기자들을 비행기에 탑승시켰다. 평생을 준비한 남북화해 협력 시대를 여는 것만큼 언론자유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는 신념을 보인 일화이다.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실에서 이 대통령 말씀을 언론에 배포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언론은 국정의 수레바퀴의 한 축이고 국정의 동반자다. 그러니 언론에 항상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기자는 우리가 만나는 최초의 국민이다”는 언론관을 가지고 계신 민주 대통령이었다. “언론에 먼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라”는 말을 항상 언급했다.
슬리퍼 신고, 팔짱 끼고, 퇴장하는 대통령 뒤에 큰소리로 항의성 질문을 하는 기자가 불편할 수 있다. 원래 언론은 공손할 수 없는 운명으로 태어났다. 감시와 공손은 형제일 수 없다. 우호적인 기사만 쓰라는 주문이 언론은 불편하다. 비판적 언론을 취재 제한하고 제재하는 행위는 시대착오적인 언론 길들이기이다. 민주주의의 퇴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