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광 앞둔 화순탄광, 서둘러 대체산업 찾아야 / 박준수 |
| 2022년 11월 27일(일) 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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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을 둘러싼 근현대사 사건들 -
화순탄광이 문을 닫게 되면, 종사자와 지역경제에 적잖은 피해가 우려된다. 아울러 현재의 시설과 부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가 과제이다. 이와 관련, 구복규 화순군수는 체험형 관광지 개발 구상을 제시하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구 군수는 지난 10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조기 폐광에 대비한 대체 산업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순광업소 소유 부지 매입비를 국비로 지원하고 화순탄광을 체험형 관광단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위한 용역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퇴직 근로자에게 추가 특별위로금을 주기 위해 정부에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같은 요구는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해 해를 넘기게 됐다.
화순탄광은 1905년 박현경에 의해 화순 동면 일대 탄전이 최초 발견됐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1934년 개발돼 종연탄광과 남선탄광으로 운영됐다. 특히 전남·일신방직의 전신인 종연방직 공장 가동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됐다. 이후 일본이 패망하자 미군정청이 관리하다가 1950년 11월 대한석탄공사가 창립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화순탄광은 초기 북갱 단일체제로 운영돼오다가 1960년 남갱에 이어 1988년 복암갱이 개발되어 활황기를 맞았다. 석탄산업 전성기에는 탄광노동자들의 월급이 군수보다 2배 많았으며 정년까지 보장되어 인기가 높았다. 탄광에서의 업무강도는 높았지만 그만큼 경제적 보상이 따르고 주거지 제공, 자녀학자금 지원 등 복지여건이 좋아 입사경쟁률이 10대1을 웃도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국제유가 안정 속에 국내 석탄산업은 퇴조로 이어져 화순탄광 역시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화순군 경제의 비중도 급속히 낮아지게 되었다.
탄광에서의 작업은 노동 강도가 심해 화순탄광 개광 이후 연평균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한 작업중 탄가루를 들이마시게 되어 생기는 진폐증 사망자가 2012년까지 6천여 명에 달했다.
- 기억과 치유의 역사공간으로 -
화순탄광은 근현대사 격동기 한복판에서 좌우익 대립으로 인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해방 직후 일본인 관리자가 물러나자 화순탄광은 노동자들이 자치위원회를 결성하여 운영했다. 이에 미군정은 탄광을 접수한다고 공표하면서 자치위원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해산시켰다. 1946년 8월15일 해방 1주년 기념일에 화순 너릿재에서 총성이 울린다. 화순탄광 노동자 1천140여 명이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너릿재를 넘어 광주로 향하던 중 미군이 전차와 비행기를 동원해 저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미 군정이 탄광을 폐쇄하고 주동자를 체포하는 등 좌익세력으로부터 탄광운영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제주 4·3의 예고편으로서 역사적 상징성이 부각되며 시와 연극 등 여러 예술장르로 표현된 바 있다.
또한 1980년 5 18 당시 화순탄광은 또 한번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위대는 5월21일 밤 화순광업소를 찾아 그곳에서 8톤 트럭 1대분의 다이너마이트를 건네받아 전남도청 지하실에 운반해두었다. 이후 5월27일까지 7일동안 계엄군을 막아세우는 수단으로 전남도청 담장 주위에 설치되었지만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화순광업소는 지난 백년 세월동안 수많은 역사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탄광근로자와 가족들이 생활했던 탄광마을을 비롯 열차를 이용해 석탄을 운반하던 화순선 철길, 그리고 천운장 극장과 추모공원 등 단순한 산업유산으로서뿐 아니라 독특한 공동체 문화, 나아가 한 시대의 역사의 현장으로서 숨결이 꿈틀대고 있다.
따라서 이 시설들을 시간과 공간의 좌표속에 서사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스토리를 발굴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세트장, 예술인촌, 테마파크, 산업박물관 등 기억과 치유의 공간으로 보존, 화순군민과 광주·전남 시·도민의 품에 안겨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