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근거 없다”…사진 도용·사칭 ‘속수무책’ 명예훼손·업무방해·사기 등 성립 이전 처벌 불가 민사소송 통한 손해배상 청구 피해자 큰 부담 토로 캐나다·미국 즉각 처벌 가능…“국내법 개정돼야” 안태호 수습기자

2022년 11월 28일(월) 20:02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지난달 10일 첼리스트 A씨는 지인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신원미상의 누구가가 소개팅 앱에서 자신을 사칭하며 금전을 요구한다는 것. 곧바로 확인에 나선 A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업로드한 사진이 누군가의 프로필로 도용됐다는 걸 확인, ‘사진도용신고’를 했다. 그러나 얼마 뒤 자신의 사진이 또 다른 계정에 올라왔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배우 허성태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당신 죽고 싶어? 나 아니다(Do you wanna die? Not me)’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시하며 자신을 사칭한 SNS 계정에 경고했다. 사칭 계정은 마치 자신이 연예인인 척을 하며 일반인들에게 상품 판매나 스폰 등 ‘검은 제안’을 일삼고 있어 유명인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있다. 배우 허성태씨 외에도 다니엘 해니, 진선규, 가수 이상미, 개그맨 김신영 등도 계정 사칭 피해를 호소한 바 있다.

최근 각종 애플리케이션과 SNS에서 유명인과 일반인 가릴 것 없이 사칭과 사진 도용 사례가 급증하고 있지만, 피해자를 보호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단순 사칭과 사진 도용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사칭·도용자를 형사 처벌하기 위해선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 사기죄 등이 성립해야 하지만, 사칭과 도용 피해 사실만으론 ‘2차 피해’로 인정되지 않아서다.

때문에 사칭·도용범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받으려면 피해자가 직접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피해사실 확인과 입증자체가 어렵고 일반 시민에게 높은 변호사 수임료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또 재판 과정이 복잡하고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일반 시민들은 소송 자체를 꺼려하는 실정이다.

이 탓에 사칭·도용범을 잡기란 요원해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잇따르고 있다.

이에 피해자들 가운데선 해외처럼 국내에서도 타인을 사칭하는 것만으로도 처벌 가능토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 캐나다 연방법엔 이익을 목적으로 타인을 기만적으로 사칭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동의 없이 인터넷 웹사이트 또는 전자적 수단을 통해 실존하는 다른 사람을 사칭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달러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이러한 해외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사칭·도용범을 즉각 처벌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지난 2020년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당시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한병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SNS 상에서 사칭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법안심사소위에 있어 현재까진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태호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