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예방은 수세적 대처보다는 능동적인 대비 / 문희준

2022년 11월 30일(수) 19:36

문희준 광주 서부소방서장

길이가 천 길에 이르는 제방도 조그만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이며, 높이 백 척의 큰 집도 굴뚝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불티로 재가 된다. 그래서 위(魏)나라 재상 백규(白圭)는 제방을 순시할 때 작은 구멍을 발견하자 곧 막았으며 노인이 불조심을 할 때는 반드시 틈바구니를 흙으로 바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백규(白圭)가 조사하면 수해가 없고 노인이 일을 하면 화재가 없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에 가을의 낭만을 즐길 겨를도 없이 화재 빈발기인 겨울이 어느덧 우리들 곁에 찾아왔다.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화재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 찾아와 많은 재산피해와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 가고 있어 불조심에 대한 관심과 주의가 당부되는 시기이다.

지난 1월부터 10월 말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3만3천403건이었고, 이중 주거시설이 8천603건으로 약 25.8%를 차지했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살펴보면 전체 272명 중 주거시설에서 173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63.6%를 차지했다.

또한, 전국 화재발생 건수 중 1만6천461건(49.2%)이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이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불조심을 생활화하면 화재로 인한 피해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서부소방서에서는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의 일환으로 시민의 화재예방 의식을 고취하고자 불조심 홍보 현수막 게시 및 전광판을 이용한 화재예방 캠페인 등 각종 체험형 소방안전교육을 통해 화재예방 실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화재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화재대비의 생활화가 중요하다. 대부분의 화재는 잘못된 전기 또는 가스사용으로 인한 부주의로 비롯된다. 따라서 전기기구를 사용할 때는 마구잡이로 콘센트에 꼽아서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는 반드시 전원을 차단시켜야 한다. 또한 전열기구 역시 안전하게 취급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가스설비의 경우 용기나 배관 등에서 가스가 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사용 후에는 반드시 가스차단 밸브를 확인해야 한다. 음식물을 조리할 때는 자리를 비우지 않도록 해야 하며, 공장이나 창고 등의 각 시설관리자는 소방 전기 가스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

노후되거나 피복이 벗겨진 전선은 없는지, 소방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등 책임감을 가지고 반드시 확인하며, 각 가정마다 소화기를 비치하고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여 조기에 화재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 미조이모(未兆易謀)라 했다. 즉 조짐이 있기 전에 계획해야 일이 쉽고 화근의 싹을 미리 잘라야 한다. 큰 사건이나 재난이 닥칠 때 휠씬 전부터 조짐이 보인다. 우리들은 대부분 알아채지 못해 스쳐 지나가고 일을 처리한 뒤 원인을 규명하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제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화근의 싹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지혜로운 생존법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일의 실체가 드러나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며 어떤 일이든 그 실체가 드러나기 전에 그 움직임을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면 쉽게 해결되는데 수세적 대처보다는 능동적인 대비를 하는 것이 바로 지혜다.

대부분의 화재는 부주의와 무관심에서 비롯되기에 우리 스스로 화재의 위험요인은 없는지 항상 생활 속에서 주변을 점검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다가오는 겨울은 우리 모두 따뜻하게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