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압 동일 기종 헬기·장갑차 전시 찬반 논란 시의회 “피해자 트라우마” 예산 삭감 vs 市 “역사교육 활용” 재추진 박선강 기자

2022년 12월 04일(일) 20:18

사진=광주매일신문DB

광주시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진압에 쓰인 같은 기종의 헬기와 장갑차 등의 이전 전시·계획을 세운 가운데 시의회가 제동을 걸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역사 교육 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시의회 상임위는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최근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 내년 본예산 심사에서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전시 예산 1억5천만원을 삭감했다.

광주시는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것과 같은 기종으로 폐기를 앞둔 장갑차 3대, 전차와 헬기 1대씩 모두 5대를 군부대로부터 넘겨받아 5·18 자유공원에 전시해 5·18의 상흔을 되새길 역사 교육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나 2차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광주시의회 정다은 의원(더불어민주당·북구2)은 “5·18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했고 작은 충격에도 진물이 흐른다”며 “다음 세대로 나아가야 하는 관련 사업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다뤄져서는 안되고 진지한 고민과 담론 형성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최근 5·18유공자 2천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피해자 중 절반 가량은 지금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1980년 이후 40여년이 지나도록 전일빌딩 앞을 지나지 못하는 피해자도 있다”며 “5·18 출동 기종 장비 이전 전시사업은 5·18 유공자와 각계 전문가, 시민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주시는 시의원들을 설득해 예산결산특위 심사에서 예산을 되살릴 방침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예산 편성 당시 5·18 관계자들로부터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군 장비 옆에서 고통받는 시민의 모습이 담긴 당시 사진과 함께 전시하면 엄혹한 환경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선 시민정신을 알리는 사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