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갈등과 소통 / 김명진 |
| 2022년 12월 22일(목) 18: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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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회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증액 없이 감액만 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결위 밖에서는 잘 알 수 없는 사연과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양측의 감정적 비난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강기정 시장과 의회의 공통적인 소신도 엿보인다. 예산처리과정에서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원칙과 정도의 길’을 걷겠다고 다 같이 밝히고 있다. 시의장은 쪽지예산 배제를 성과로 강조했고, 강 시장도 관행처럼 이루어졌던 틀을 깨고 민원성 예산은 앞으로 반영을 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갈등을 집행부와 의회 간 정면충돌로 보기도 하지만 상대의 시정 소신과 업무 방식에 점차 익숙해 가는 과정이다. 7월1일 임기 시작 이후 추경에 이어 예산대립 시즌2를 거치면서 집행부도 의회도 서로 비난은 하지만 스타일에 적응해 가고 있다.
시정에 대한 각자의 소신과 철학이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하다. 재원배분의 우선순위, 선후경중에 대한 판단도 같을 수 없다. 그래서 숙의와 타협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의회는 23명 의원 중 16명이 초선이다. 예결위는 9명 중 8명이 초선이다. 이번 초선의원들의 사명감과 열정이 남달라 원칙과 정도로 시정에 임하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소신 행정과 소신 의정이 부딪힌 것이다.
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예산편성은 정부와 집행부가 하고 심의는 국회와 의회가 한다. 증액은 집행부와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입법부와 행정부, 집행부와 의회의 견제와 균형을 위해 고안된 장치이다. 때문에 서로의 권한과 역할을 존중하고 설득을 통해 조정과 타협을 해야 해법이 만들어진다. 상대를 ‘분풀이성 심의권 남용’으로 ‘독선과 아집’으로 몰아붙이기만 하면 대립만 격화될 뿐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 협치하지 않고 포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광주시장과 예결위원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시민들이 보기에는 자기모순이다. 앞으로 3년 6개월 이상을 ‘내일이 빛나는 기회 도시 광주’를 만드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앞으로 안 볼 사람들처럼 언제까지 평행선만 달릴 것인가.
집행부와 의회의 긴장 관계는 필요하다. 오히려 임기 초기에는 시장과 의원들이 모두 같은 당으로 채워져서 견제기능이 상실될 것을 우려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번 예산안은 회계연도 중간에 임기가 시작돼 예산반영이 정상적인 절차를 지키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향후 양측 관계가 비관적이기만 할까. 이번 갈등의 순기능도 있다. 의원들이든 집행부든 앞으로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예산은 서로의 감시와 견제 때문에 주장하기 어렵게 되었다. 민원성 예산은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검증되고 타당성을 인정받아야 되기 때문에 ‘좋은 게 좋다’라든지 ‘주고 받기식’ 반영이 어렵게 되었다. 시장이든 의원이든 선거 때 공약을 지켜야 하고 도움 받은 단체나 인사들의 청탁성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 오히려 이번 갈등으로 이해관계성 민원인들을 물리치는 좋은 사유가 만들어졌다. 쉽지는 않겠지만 쪽지예산 없는 광주시를 만들 수 있다면 과거의 틀을 깨는 진화된 도시로서 광주의 진면목을 전국에 보여 줄 수 있다.
이번 파행으로 차질이 생긴 필수사업들은 내년 추경 편성과정에서 서로 긴밀히 소통하면서 양보와 결단으로 순조롭게 합의하기를 기대한다.
연말 연초에 무책임 의회, 불통 집행부로 이번 갈등을 보는 민심의 소리를 잘 들어보고 구동존이의 열린 마음으로 대화와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여야든, 시장이든 의회든 손을 먼저 내민 쪽이 품이 더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