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조각보를 깁다 / 시 - 홍영숙 |
| 2022년 12월 26일(월) 2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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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투리 땅도 본을 뜬다
한 땀 한 땀 노루발 따라
자수 놀이하듯
노란 유채 꽃불이 심지 돋우면
상추 배추 파 고추 모종들이
형형색색 조각보로 이어진다
능선에서 바라보니
아득한 여백이 짜맞춘 퍼즐처럼
이제야 아물었다
모반 위에 오곡밥 덮어놓은 듯한 상차림
산동네는 모자이크 비단길이다
누덕누덕 내 생도
조각보 하나 이으며 여기까지 왔나
한 생을 누벼온 종종 발걸음에
엇박자 길 끼워서 넣었지
덧댈수록 아름답다는 조각보
벚꽃도 피고 패랭이꽃도 피어난다
<홍영숙 약력>
▲문학예술 신인상, 시와 사람 등단, 제20회 공무원 연금 문학상 수상, 제2회 기억하라 오월 콘텐츠 경연대회 최우수상(시·시극)
▲(사)서은문병란문학연구소 시낭송 회장, 중·고등학교 교사 역임
▲시집 : ‘사랑 꽃으로 피고 외로움 잎으로 지다’, ‘조각보를 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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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숙 님의 시 ‘조각보를 깁다’에서의 시적 화자는 삶이라는 조각보를 깁고 있다. 조각보는 여러 조각의 헝겊을 대어 만든 보자기다. 어떤 모양과 어떤 색깔의 오늘을 잇대어 만드느냐에 따라 삶이라는 조각보는 달라진다. 보잘것없이 작은 천조각 같은 하루일지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하면 아름다운 삶이라는 조각보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 시적 화자는 그 마음을 ‘상추 배추 파 고추 모종들이/ 형형색색 조각보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텃밭에 가서 물을 주며 모종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마음을 썼을 것이다. 그 세심한 마음과 함께 모종들이 조각보로 이어진다. 어떤 날은 솔기 터진 감정을 깁고 또 어떤 날은 엉킨 실을 풀며 다시 기웠을 것이다. 그렇게 삶을 한 조각 한 조각 깁다 보니 ‘누덕누덕 내 생도/ 조각보 하나 이으며 여기까지 왔’다. ‘누덕누덕 내 생’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픔과 울음으로 얼룩졌을 생의 뒤안길이 보이는 듯해 마음이 아프다. 시적 화자는 아픔 많은 엇박자 길을 끼워 넣으며 다시 삶이라는 조각보를 완성해 갔을 것이다. ‘덧댈수록 아름답다는 조각보’를 완성하기 위해 오늘을 깁고 어제를 깁고 또 내일을 깁기 위해 꿈을 꾸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벚꽃도 피고 패랭이꽃도 피어난’다. 아름다운 한 생이 꽃피어난다. 조각보를 깁는 시간, 그 속에서 삶을 발견하고, 이미지 속에 상징까지 담아내는 솜씨가 세련되어 있다. 자연스런 시상의 전개도 맛깔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