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과 용기, 그리고 리오넬 메시 / 김춘식

2022년 12월 26일(월) 22:09

김춘식 동신대학교 에너지경영학과 교수

그리스 신화에서 오디세우스(Odysseus)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트로이 목마의 고안자로 잘 알려져 있다.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게 된 오디세우스는 친구인 멘토르(Mentor)에게 자신의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Telemachos)의 교육을 맡겼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20여년 동안이나 텔레마코스를 돌보며 가르쳤다. 텔레마코스는 멘토르의 도움과 지혜로운 격려로 잘 성장했다. 오늘날 일반 회사나 학교 교육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 ‘멘토’의 어원이 되는 그리스 신화의 주요 내용이다. 이후 멘토는 무언가 ‘직접 가르쳐주는 사람’을 넘어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며,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나 스승을 의미했다. 또한 지혜로운 조언을 통해 대상자의 잠재력을 끌어내 주는 것, 또는 그러한 체계를 ‘멘토링(Mentoring)이라고 하며, 도움을 주는 스승은 ’멘토‘, 조언을 받는 사람은 ’멘티(Mentee)‘라고 한다. 그러나 멘토링에서는 ‘삶에 대한 지혜와 용기를 갖도록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텔레마코스에게 그랬듯이 삶에서 만난 훌륭한 멘토의 존재는 한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청소년기에서 만난 멘토는 삶의 가장 중요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물론 멘토는 꼭 직접 만난 사람만을 의미하지는 않고, 독서나 미디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우하기도 한다. 예컨대 전쟁과 자본주의, 그리고 세속화된 세상을 비판하고, 사물의 진실과 의미를 찾기 위해 표면 아래를 보도록 도와준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의 ‘어린왕자’,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교육구조에 대한 저항, 정의로운 세상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의미를 일깨워준 헤세(Hermann K. Hesse)의 ‘수레바퀴 아래서’ 등 서적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멘토를 발견할 수도 있다. 또한 멘토는 꼭 나이가 많은 사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때때로 동년배 친구나 후배, 그리고 심지어는 순수한 통찰력을 가진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어른들에게 멘토가 될 수 있다. 다만 멘토는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용기 있게 지혜로운 멘토링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세 번째, 자신에게는 첫 번째 월드컵 우승을 가져온 리오넬 메시(Lionel Messi). 축구선수로서는 35세의 많은 나이인 그에게는 실패와 고통을 뒤로하고 용기를 얻게 된 중요한 계기가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비알레라는 작은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 요아나 푹스(Yohana Fucks)는 메시에게 가장 지혜로운 멘토라 하기에 충분하다. 요아나는 2016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후 국가대표팀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실의에 빠진 메시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편지를 보내게 된다. 당시 메시는 칠레와의 결승전 승부차기에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실축함으로써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는 실축에 대한 자책과 죄책감에 시달렸고, 2005년 자신이 대표팀에 데뷔한 이후 활약했던 12년 동안 단 한 번의 우승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의 은퇴선언 번복을 강하게 요청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요아나도 “당신은 팬들이 당신에게 승리와 우승만을, 트로피와 메달만 바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에게 2위는 패배이고, 경기에서 지는 것이 영광을 잃게 되는 일이라는 선례를 남기지 말아 주세요.”라며 메시에게 은퇴철회를 요청했던 것이다. 요아나의 간절한 편지는 삽시간에 언론을 통해 아르헨티나 전역으로 확산했으며, 이는 곧 메시의 대표팀 복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패배감에서 벗어나 용기를 얻었고, 은퇴 선언 6주 후에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복귀했다. 그리고 6년 후 그는 “신뢰에 기반한 지혜로운 멘토링” 덕택에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대회 최우수선수에 오르는 영예도 얻게 되었다.

진정한 멘토링은 해결책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2위나 29위가 패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 요아나가 세계적인 축구영웅 메시에게 준 용기 있는 멘토링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