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전북 완주 만경강길 1, 2코스

깊은 산속 옹달샘, 생명을 품고 강물이 돼 흐르다

2022년 12월 27일(화) 19:06
거인마을을 지난 만경강은 동상저수지와 대아저수지로 흘러내린다. 두 저수지의 수변도로를 달리면서 바라본 풍경이 아름답다. 사진은 대아저수지에서 바라본 운암산 모습.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돼 바다로 흘러간다. 강물은 산이 가로막으면 돌아가고, 호수를 만나면 쉬었다 가기도 하지만 흐름을 멈추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일찍이 물가에 마을을 이루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강은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가 된다.

만경강은 전라북도 지역에서만 흐르는 ‘향토 하천’이다. 만경강 주변에는 호남평야가 형성됐다. 너른 들판을 적시며 흘러가는 만경강도 그 출발은 미미하다.

만경강은 전북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 해발 430m 밤샘에서 시작된다. 만경강은 완주 땅 곳곳을 적시며 흐르다가 전주, 익산, 김제, 군산을 거쳐 김제 망해사 앞에서 서해로 흘러든다.
만경강 발원지 밤샘. 만경강은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 해발 430m 밤샘에서 시작된다. 만경강은 완주 땅 곳곳을 적시며 흐르다가 전주, 익산, 김제, 군산을 거쳐 김제 망해사 앞에서 서해로 흘러든다.

만경강은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만경강 강줄기의 60%가 완주군을 지난다. 만경강이 완주지역을 지나는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 생겼다.

‘완주 만경강길’이다. 본래 있던 산길과 마을길, 둑길과 자전거길을 이은 도보여행길이다. 완주 만경강길은 44㎞, 7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완주 만경강길 1, 2코스를 걷기 위해 전북 완주군 동상면으로 향한다. 완주 만경강길 1, 2코스는 만경강 발원지에서 강의 최상류를 따라 걷는 길이다.

전주에서 진안으로 이어지는 26번 국도를 벗어나 구불구불 산비탈을 돌고 돌아간다. 55번 지방도로를 따라 원등산 남쪽 밤티재를 넘어 완주군 동상면으로 접어든다. 수많은 산으로 이뤄진 완주군 동상면은 92%가 임야다. 완주군 동상면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8대 오지 중 하나였다.

고개 넘어 첫 동네를 만난다.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밤티마을이다. 밤티마을은 사봉리의 다섯 개 자연부락 중 하나로 가장 위쪽에 있는 마을이다. 밤나무가 많아 밤티마을이라 불렀다. 밤티마을은 전주시내에서 30분 거리인데,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첩첩산골이다.

웃밤티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밤샘 2㎞’라 쓰인 이정표가 길안내를 해준다. 도로에서 400m 쯤 걸어가자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이라 쓰인 건물이 나온다.

밤샘에서 흘러온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막은대미골이라 부르는 골짜기를 따라 가다보니 동상편백숲마을이라는 이름의 회사연수원이 자리하고 있다. 연수원 앞쪽에는 메타세콰이어길이 조성돼 있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메타세콰이어나무는 땅바닥을 덮고 있는 땅위의 갈색 낙엽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밤샘 가는 길에 만난 메타세콰이어길.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메타세콰이어나무는 땅바닥을 덮고 있는 땅위의 갈색 낙엽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계곡가에 있는 민가를 지나자 숲속 임도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나무는 대부분 활엽수라 나목 숲을 이루고, 새소리마저 그쳐버린 겨울 숲은 고요하고 한적하다. 봄철이면 갖가지 야생화가, 여름철에는 녹음이,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아름다운 길이다.

임도를 굽이굽이 돌아가니 막은대미재 아래에 ‘만경강 발원지 밤샘’ 입구 안내판이 서 있다. 습지 위에 놓인 나무다리를 건너 짧은 편백나무숲길을 지나자 조그마한 옹달샘이 나온다. 밤샘이다.

밤샘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조그마한 습지를 만든 후 실개천이 돼 흘러간다. 밤샘에서 출발한 만경강은 87㎞를 흐른 후 서해로 잦아든다.

이제 우리는 밤샘에서 시작된 물길과 함께 걸을 것이다. 물은 골짜기를 따라 숨죽여 흐르면서 바위를 넘고 자갈을 적신다. 때때로 작은 웅덩이를 이뤄 쉬었다 간다. 물줄기도 구불구불 흘러가고 우리가 걷고 있는 임도도 구불구불 돌고 돈다.

다시 밤티마을로 내려왔다. 밤티마을에서 밤샘까지 다녀오게 돼 있는 만경강길 1코스(밤샘길)를 마치고나면 만경강길 2코스가 시작된다.

이제 길은 만경강 최상류 둑길을 따라 이어진다. 강이라 부르기엔 어색할 정도의 시냇물이다. 만경강길에는 안내 표지판이 없다. 하천 양쪽으로 제방이 있어 어느 쪽 길을 걸어도 되지만 도로 건너편 둑길을 걸어야 찻길을 피해서 걸을 수 있다.

북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줄기 사이에 형성된 좁은 골짜기를 따라 만경강이 북쪽으로 흘러간다. 산자락 물가에 좁은 농경지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강과 농경지를 끼고 작은 마을들이 자리를 잡았다. 까치밥으로 남겨둔 빨간 감들이 눈에 띈다.

이곳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청정한 고지대에서 딴 감으로 곶감을 만들었다.

동상면에서 생산된 곶감은 ‘고종시’라는 재래종으로 만드는데, 씨가 없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당도가 높다. 고종시는 조선 고종 때 임금께 진상했다고 해 얻게 된 이름이다.

만경강 최상류를 이룬 이 골짜기는 오지 중 오지이지만 예로부터 선비들이 많았다. 문장가들이 시를 짓고 문장을 논했다고 알려진 시평(詩坪)마을, 먹과 벼루와 관련 있는 묵계·먹바위·벼루소, 문인들이 많이 나온다는 문필봉(文筆峰), 큰 인물이 나왔다는 거인(巨人)마을 같은 이름 속에서 이 고장의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완주 만경강길 2코스는 걷는 내내 연석산이 함께 해준다. 연석산은 벼룻돌이 많이 생산돼 붙여진 이름이다. 연석산 자락에는 미술관도 있다. 연석산우송미술관이라 불리는 이 미술관에서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젊은 작가들이 상주하며 작품 활동을 한다.
완주 만경강길 2코스는 걷는 내내 연석산이 함께 해준다. 연석산은 벼룻돌이 많이 생산돼 붙여진 이름이다. 맑은 강물위에는 병풍처럼 펼쳐진 연석산 병풍바위가 반영이 되어 수묵화를 그려놓았다.

깊고 깊은 골짜기를 따라 강물이 유유하게 흘러가고, 첩첩한 산줄기들은 강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강물은 갈대밭 사이를 흐르다가 자갈과 암반을 넘어 흐르기도 한다. 강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강물이 조용히 말을 걸어온다. 물은 아무런 모양도 자기색깔도 가지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모양과 색깔을 만든다.

맑은 강물위에는 병풍처럼 펼쳐진 연석산 병풍바위가 반영이 돼 수묵화를 그려놓았다.

동상면소재지인 거인마을에 도착했다. 1965년 동상저수지가 생기면서 면소재지의 주요건물이 물에 잠기자 거인마을로 옮겨왔다. 동상면민교 다리에 서서 만경강을 바라본다.

밤샘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 물방울은 강물이 돼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가고, 내 마음도 강물처럼 흘러간다.

강물을 바라보며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水善利萬物而不爭),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한다(處衆人之所惡)”는 노자의 말씀을 생각한다. 노자는 인간에게 ‘물처럼 살라’고 일러준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전북 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 밤샘에서 발원한 만경강은 완주 땅 곳곳을 적시며 흐르다가 전주, 익산, 김제, 군산을 거쳐 망해사 앞에서 서해로 흘러든다. ‘완주 만경강길’은 완주지역을 지나는 만경강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그중 ‘완주 만경강길 1, 2코스’는 만경강 발원지에서부터 강의 최상류를 걷는 길로, 전국 8대 오지로 손꼽혔던 완주군 동상면을 지난다.
※코스
▷1코스(밤샘길) : 동상면 밤티마을→밤샘→밤티마을(왕복 4.6㎞, 1시간 20분 소요, 난이도:보통)
▷2코스(굽잇길) : 밤티마을→거인마을(8.3㎞, 2시간 20분 소요, 난이도:쉬움)
※출발지 내비게이션주소 : 꿈나무체험관찰학습장(전북 완주군 동상면 동상로 69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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