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인협회 새 회장에 거는 기대 / 박준수

2022년 12월 27일(화) 19:28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광주 최대 문학단체인 광주문인협회(이하 광주문협) 제14대 회장 선거가 지난 12월23일 뜨거운 열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이례적으로 3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선거에서 이근모 시인(73)이 박덕은 김석문 두 후보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3년 전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이 시인은 절치부심 끝에 가장 많은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다.

- 이근모 시인 재도전 끝에 영예 -
광주시교육청에서 고위직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 당선인은 그동안 광주시인협회장, 광주문인협회 부회장, 영호남문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문단 안팎에서 활발한 행보를 펼쳐왔다.

이 당선인은 새해 1월 취임해 앞으로 3년간 광주문인협회를 이끌면서 광주문학계에 새로운 혁신과 변화 바람을 불러올 예정이다.

주요 공약은 ▲광주문학지 원고료 확대 ▲회원 창작지원금 신청대행 ▲연회비 65세 이상 반액·75세이상 면제 ▲광주문학지 격월간 발행 ▲광주문학사 발간 ▲부설 평생교육기관 개설 등을 내걸었다. 이밖에 재정확충 방안으로 광주문학지 구독 및 광고 수입 확대, 지정기부금 단체등록 등을 제시했다.

그는 당선 직후 소감에서 “뿌리깊은 갈등과 분열을 해소시켜 ‘평화로운 문단’을 조성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으며, 문협 운영에 있어서도 함께 경쟁했던 두 후보와 적극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봉사하는 자세로 재미있고 찾고 싶은 광주문협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광주문협이 직면한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앞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회원 8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광주문협이 단순한 친목단체나 동호인단체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광주문학의 적통을 잇기 위해서는 전문 문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창작 분위기를 돋우는 작업이 시급하다. 그리고 우수한 문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문협의 권위와 위상을 회복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학아카데미 개설 등 지속적인 연찬을 통해 회원들의 질적 향상을 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술 장르 가운데 문학은 가장 대중적이고 친숙한 영역이어서 문인 타이틀보다는 얼마나 좋은 작품을 쓰느냐에 따라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지금 광주문학은 그렇게 풍요롭지 못하다. 혹자는 수많은 시인과 시집출판 발행 숫자를 가지고 “광주는 시인들로 가득찬 도시”라고 말할 지 모른다. 그러나 문학은 양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시대정신과 휴머니티를 얼마나 언어예술로 잘 직조해내느냐가 판단기준이다.

또한 현재 광주에는 광주시 예산지원으로 여러 개의 문학상이 제정돼 있으나 심사와 선정과정이 문학단체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주문학의 대표성을 지닌 문학상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 보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상의 권위를 높여야 한다.

- ‘문학의 고장 광주’ 명성 되찾길 -
이런 가운데 주목을 끌었던 ‘박길무 문학상’이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제1회 시상식을 끝으로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기부 형식으로 제정된 이 상은 광주문협 회원들에게 창작열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순수하게 작품 수준만을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박길무 시인은 이 문학상을 제정하면서 “광주는 예향임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장자라 할 수 있는 문학의 기반이 타 도시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면서 “광주에는 몇몇 문학상이 있지만 단체에 기여한 공로에 따라 수여하는 문학상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역량 있는 작가들이 배제되는 것을 평소에 늘 아쉽게 생각했다”고 피력한 바 있다. 따라서 기부자의 문학사랑 정신을 존중해 본래의 취지대로 계속 존속 될 수 있도록 새 집행부에서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밖에 60-70대가 회원의 주류를 이루는 고령화 현상을 탈피,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는 문단을 만들기 위해 젊고 패기있는 청장년 문학인들을 적극 수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건립중인 광주문학관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에 대한 문협 차원의 활발한 토론과 연구·조사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

이번 선거는 3파전으로 전개되면서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치열한 경쟁 속에 과열 양상을 띠었다. 그리고 특정 후보를 흠집내는 비방과 정체불명의 편지 발송 등 문인사회에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불미스러운 일들이 불거졌다. 이는 향후 문단의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당선인을 비롯한 새 집행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선거 후유증을 신속히 털어내고 ‘문학의 고장 광주’의 명성을 되찾는 일에 진력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