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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석위개(金石爲開), 그 절실한 다짐

본사 부회장

2022년 12월 28일(수) 19:26

한해가 저문다. 2022년 올해는 살얼음 밟듯 위험한 ‘여리박빙(如履薄氷)’의 해였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過而不改)’가 50.9%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힌바 있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처음 등장하며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에도 나온다.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대목이 실록에 적혀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대왕의 경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이를 고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그 결과 세종 재위 기간 안전사고에 의한 대규모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도자의 잘못이 만 천하에 드러도 잘못을 고치거나 처벌받기는커녕 인정하지도 않고 되레 진노한다면 그 나라는 어디로 가겠는가.

과이불개 이외에도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2위·14.7%),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의 ‘누란지위’(累卵之危)(3위·13.8%),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4위·13.3%),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하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5위·7.4%)이 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됐다 하니, 올 한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어두컴컴 했는지 알만하다.

영미권에서 출판되는 세계적 권위의 영어 사전들, 옥스퍼드 잉글리시 딕셔너리, 콜린스 잉글리시 딕셔너리, 케임브리지 잉글리시 딕셔너리 등 은 매년 연말 한 해를 마감하며 그 해 가장 많이 대중매체에 오르내린 유행어, 즉 ‘올해의 단어’를 발표한다. 콜린스 영어 사전이 선정한 ‘2022년 올해의 단어’는 ‘퍼마크라이시스(Permacrisis)’였다. 한 가지 위기가 지나가면 다른 위기가 오는 끊이지 않는 영원한 불안정과 위기 상태를 뜻한다. 경제 분위기가 올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해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영어사전 사이트들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들은 대중의 좌불안석 불안감, 현재에 대한 불만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심리가 드러나 있다.

미국에서 올해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었다. 2022년 한 해 미국에서 예년 대비 무려 1,740% 많이 검색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오정보’ ‘가짜 뉴스’ ‘음모이론’ ‘딥 페이크’ 등 현대 수많은 미디어 채널과 테크놀러지의 홍수 속에서 느끼는 혼란감을 조작적 세뇌와 정서적 학대를 의미하는 가스라이팅이란 단어와 연관시킨 것이라고 메리엄-웹스터 측은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올해의 한자로 ‘온(穩)’자와 ‘전(戰)’자가 선정됐다. 중국 매체 ‘펑파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언어자원모니터링·연구센터와 상무인 서관, 관영 매체 광명망 등은 오늘 온라인으로 개최한 ‘중국어 총결산 2022’에서 올해를 대표하는 ‘온’(안정) 자와 국제를 대표하는 ‘전’(전쟁) 자를 각각 선정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혼란과 위기를 겪은 올해는 부정적이며 걱정스러운 단어들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내년도 이 위기가 지속된다면 큰일이다.

부디 내년에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늘어나 ‘희망’이란 단어가 2023년 결산에 드러났으면 좋겠다.

그런 바램 때문인지 중소기업계의 사자성어는 ‘금석위개(金石爲開)’다. 정성이 쇠와 금을 뚫는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지 다 해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자성어로 풀어 본 중소기업 경영환경 전망조사’에서 응답자의 26.2%가 ‘금석위개’를 2023년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고 한다. 절실한 바램이자 다짐인 것 같다.

우리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 경제위기까지 겹쳐, 어느 때보다 어렵고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중소기업인들은 더 고통이 심했을 것이다. 기업인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살얼음을 밟고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고 위험함을 뜻하는 ‘여리박빙’을 선정할 정도다.

여리박빙을 넘어 금석위개를 염원하는 중소기업인들의 기원처럼 내년은 서러움과 갈등, 위기와 불안, 고통과 아픔이 줄어드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정치권은 갈등과 반목을 넘어 국민을 위한 상생정치를 하는 새해이길 바란다. 한국경제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도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안정회복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우리 사회는 큰 사고 없이 각 분야가 모두 안녕하기를 염원한다. 정치가 제발 경제·사회·문화의 발목을 잡지말고 희생과 봉사의 마음으로 한국사회 공동체가 회복되도록 기여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잘 가라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