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묘년(癸卯年) 희망의 정치를 기대하며 / 오수열 |
| 2023년 01월 01일(일) 1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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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윤석렬 정부는 이미 확립되어 있는 국회에서의 ‘여소야대’ 그것도 170석을 상회하는 거대야당의 견제를 받지 않으며 안되는 한계를 지닌채 탄생하였다. 더욱이 거대야당의 대표에 대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재명 후보가 취임하게 되면서 여·야간 대화에 의한 협치(協治)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정권교체 반년이 지나가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는 여기에서 언급하는 것이 부끄러울만큼 후진국형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참으로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하였다.
흔히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 최고로 발휘되는 곳이라고 한다. 어떠한 난제도 여야간의 협상에 의해 타협이 이루어지고, 그 최후의 목표는 국리민복(國利民福)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날의 정치에서는 최소한 이러한 정치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이른바 ‘3김 시대’라고 불리웠던 우리 정치의 황금시대에 이들이 보여 주었던 일면투쟁, 일면 협상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정치의 진수를 만끽하게 하였고, 노련하고 품위 있는 언어의 구사는 정치의 품격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는커녕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른바 국정의 최대 리스크가 다름아닌 정치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제 다사다난했던 임인년을 보내고 새로운 계묘년의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가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까?
먼저 ‘정치의 목적이 무엇인가?’하는 근본적 문제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찍이 자공(子貢)이 정치에 대해 여쭙자 공자님은 “먹을 것을 충분하게 하고, 군비를 충분히 하여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足食足兵 民信之矣)라고 대답하였다고 한다. 그 어떠한 정치학 교과서의 설명보다도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정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 식(食)은 요즘으로 치면 경제에 해당하는 것이고, 병(兵)은 국방은 물론이고 치안과 방재(防災)까지를 포함한 안전(安全)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信)까지를 더하여 설명하였으니, 정치의 목적과 임무를 이보다 더 정확히 파악한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이제 우리앞에 놓인 현실문제에 눈을 돌려보자. 첫째, 그다지 크지 않은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진입하였으니 참으로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득의 불균형, 노사간의 극심한 갈등, 부동산 문제 등은 여전히 우리가 식(食)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분단상황의 불가피성을 감안하더라도 북핵문제는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요인이 되고 있으며,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와 노사분규는 병(兵)문제 역시 미완의 과제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윤석렬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信)인데, 이는 여전히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높게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의 수치를 통해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이제 계묘년 벽두를 맞이하여, 지난 임인년의 어두움을 싹 걷어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가졌으면 하며 그 중심에 정치인들의 변화가 놓여있기를 기대해본다.
우리가 아무리 정치를 불신하고 기피한다고 할지라도 결국 우리 앞에 놓인 모든 과제를 해결하는 기능과 역할은 정치의 몫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