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시대의 영혼 / 천세진
2023년 01월 08일(일) 19:00
천세진 문화비평가·시인
CG가 만들어낸 <아바타>의 세계적 흥행과 중계되는 전쟁을 보며, 이미지가 인류의 삶을 더 크게 좌우하게 될 것이란 걸 의심할 수 없다. 이제 문자의 세계는 인류에게 어떤 의미일까? 미셸 투르니에(1924-2016)의 소설 『마왕』에 재미있는 예화가 등장한다.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남자가 그 기록을 없애기 위해 경찰서를 통째로 불태우는데 성공하자,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모든 서류를 불태운다. 남자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발견한다.

“그는 매우 기이한 현상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가 서류 제거하는 임무를 완수한 지역마다 사람들이 허리를 구부린 채 걷고 그들의 입에서 분절되지 않은 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는가! 말하자면 그들은 짐승으로 변하고 있었다. 마침내 인류를 서류로부터 해방하고 싶어 했던 그의 의지와 반대로 사람들을 동물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의 영혼은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소설이 발표된 1970년 전후에는 유효한 말이었지만 더는 아니다. “인간의 영혼은 이미지로 만들어졌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시대다. 사유의 세계를 형성하는데 사용하는 매체는 단순히 통로나 창고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매체의 형식 자체가 인간의 영혼을 만들 수도 있다.

접속 매체 수는 차이가 있겠지만 SNS 세계에서 완전히 절연된 사람은 많지 않다. 필자도 블로그만 이용하지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에도 계정이 있다.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유튜브, 틱톡 등과 블로그는 매체적 특성에서 차이가 있다. 모든 SNS가 이미지를 활용하지만 이미지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이 틱톡이고, 문자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 블로그다. 이미지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두 매체의 운명이 갈리고 있다. 그나마 글쓰기 영역이 남아 있는 블로그의 경우 운영자들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이미지로도 생각을 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세밀함과 구체성에 있어서 종이문화로 대변되는 문자와는 비교할 수 없다. 생생한 이미지가 문자로 남긴 것에 비해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고 믿겠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이미지 제작 기술의 발전은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이미 무너뜨렸다. <아바타>가 그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수전 손택(1933-2004)은 『사진에 관하여』(1977)에서 이렇게 썼다. “카메라가 기록해 놓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세상을 알게 되리라, 사진이 함축하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이해한다’는 것은 이와 정반대의 일이다. 이해라는 것은 세계를 보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중략) 단 한 장의 사진으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단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이미지 전체가 이해에서 멀어지고 있다. 손택이 책을 쓴 1977년 전후에는 사진 한 장이 조작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한편의 영상물 전체가 조작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이미지의 시대에, 우리의 영혼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제대로 판단하며, 편향되지 않고 품격 있는 영혼을 지니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의심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 되었다. 이미지로 만들어진 영혼은 종이로 만들어진 영혼보다 더 쉽게 동물수준으로 격하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조르조 아감벤(1942∼)은 코로나 시대 진입 후 출간한 『얼굴 없는 인간』에서 이렇게 썼다. “언어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개방성, 우리의 ‘얼굴’이다”라고. 코로나19를 겪으며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약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과연 어른들이라고 다를까? 언어 능력의 저하는 영혼의 얼굴이 흐릿해지는 것이다.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진 얼굴은 문자로 만든 얼굴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감벤은 또 이렇게 썼다. “사회관계는 접속의 한 형태로 바뀔 것이며, 접속하지 않은 자는 모든 관계에서 배제되고, 소외되고, 비난받을 것이다.” 접속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접속에서 배제되는 것은 자연인으로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체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는 쉽게 사라진다. 영혼은 껐다 켜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책을 읽고, 언어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그나마 영혼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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