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부재 / 시 - 임린

2023년 01월 09일(월) 19:12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부재의 존재가 사람을 흔든다

외식 자리에 차려진 멸치 볶음
생전에 좋아하시던 볶음 멸치 올랐다

고봉으로 떠 자시던 보리 숟가락

이 엄동설한에 아버지의 발가락이 얼어서
유토피아와 혜테르피아의 눈이 내린다

피안 차안 그 경계 세 가락이 혼재하는
언어 밖의 체위

삼각 초점이 흔들리며
일행에게 마음을 들킨다

우포 늪지 눈꼬리 세 개
가장자리 같은 옛날에 있다.

<임린 약력>
▲‘시와사람’ 시로 등단
▲광주문인협회, 광주시인협회 회원
▲빛고을문예 대상
▲빛고을 환경문예 대상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임린 님의 시 ‘부재’에서의 시적 화자는 그리운 기억 하나를 호출한다. 시간이 복제되어 하루가 재생되어도 빈자리는 메꿔지지 않는다. 그 텅 빈 부재가 외식 자리에 차려진 볶음 멸치에서 흔들리고 있다. 가고 없는 빈자리가 그리움으로 출렁이고 있다. 빠른 속도로 추억을 감아 그 시절로 돌아가고 있다. 수십의 갈림길을 건너 그때 그 시절을 찾아가고 있다. 가닿을 수 없는 부재만큼 그리운 게 또 있을까. 그 부재가 부모님인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시적 화자는 볶음 멸치에서 아버지를 떠올린다. 세상이라는 파도를 헤치며 물결을 만들었던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해일과 파도 그 사이에서 아버지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을 것이다. 그 고단한 하룻길이 달달한 볶음 멸치로 올라와 그리움을 부른다. 아버지의 그 하룻길을 시적 화자는 ‘이 엄동설한에 아버지의 발가락이 얼어서/ 유토피아와 혜테르피아의 눈이 내린다’고 말한다. 아프지만 멋진 표현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쓰라린 상처처럼 아프면서도 달달한 저녁 밥상처럼 감미롭다. 그리움은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내 앞에 다시 선명하고 생생하게 서 있게 한다. 상징과 이미지 구현이 어우러져, 우아한 시심의 탑을 세워놓고 있다. 시가 설명이 아니라 이미지요 상징임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매우 정교하게 쌓아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