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도 벌고 사람도 만나 아주 좋당께요” 한파 속 어르신들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구슬땀 주성학 기자 |
| 2023년 01월 16일(월) 2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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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닷새 앞둔 16일 오전 9시께 광주 남구 양림동의 양림오거리엔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오전 최저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지면서 입김이 솔솔 나올 정도로 매우 추운 날씨였지만 어르신들은 누구 하나 싫은 기색 없이 형광 조끼를 입으며 익숙한 듯 귀마개나 목도리 등의 방한용품을 착용했다.
준비를 모두 마친 어르신들은 한 손에는 집게를, 다른 한 손에는 비닐봉투를 들고 인근 거리로 이동했다.
골목 곳곳에서 양쪽으로 나뉘어 걷던 어르신들은 길바닥에 떨어진 작은 담배꽁초부터 대형 전단지 등의 쓰레기를 말끔히 수거했다.
고령의 나이에 쓰레기를 줍기 위해 번번이 허리를 숙이는 게 여의치 않아 보였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
정윤균(84)씨는 “은퇴 후 국가에서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며 일을 하고 있는데,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만족스럽다”며 “무엇보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서 좋고, 다가올 설에 손주들 용돈도 챙겨줄 수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남구 양림경로당에선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어르신들은 한쪽에서는 나물을 무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에 들어갈 채소들을 손질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손이 많이 가는 ‘집밥’을 이렇게 매일같이 만드는 일이 힘에 부칠 법도 했지만, 이곳 어르신들은 일할 수 있는 것 자체로 감사하다는 입장이다.
이묘순(74)씨는 “올해 물가가 많이 올라 자녀들도 많이 힘들어 하는데 내가 아직도 이렇게 건강하게 일하고 돈을 벌 수 있어 너무 다행이다”며 “늙어서도 의지하지 않고 적은 돈이라도 벌어 먹고 사는 게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춥고 힘들어도 봉사활동을 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는 게 느껴진다”며 “나이가 들다 보니 갈 곳도 마땅히 없는데 청소하면서 주변이 깨끗해지면 보기도 좋고,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하며 살아가 큰 힘이 된다”고 소회했다.
이렇듯 은퇴 이후에도 봉사활동을 통해 작은 수입이라도 얻으며 인생 제2막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노인일자리 사업’이 참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사업에 참여하신 어르신들은 모두 광주 남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로, ‘어머니사랑맛사업(경로당식사도우미)’, ‘우리마을 새뜻이(환경미화)’ 등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 기간은 오는 11월까지로 참여자들은 시간 당 9천원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남구 관계자는 “일자리 사업 참여 어르신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삶과 활동을 통해 육체적으로 건강해지는 효과도 있다”며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고독을 덜어내고 사회적 교감을 형성하는 기회도 될 수 있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주성학 기자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