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는 직업이 될 수 있는가! / 탁인석 |
| 2023년 01월 17일(화) 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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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사람은 “중앙문단을 쳐다볼 필요도 없고 문학관이 특별해야 좋은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작품이 좋으면 그만큼 문학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말들이 이어져 갔다. 어떤 분은 “문협회장을 존경하는 이유는 글 쓰는 사람 중에서 뽑힌 사람이어서 그렇고 장사하는 사람에서 뽑힌 회장하고는 다르다. 또한 인문학의 중심이 문학이어서 시민들에게 평생교육을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앞에서는 문인들과 보낸 지난 3년이 무의미하지는 않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글 쓰는 문인은 보통 사람과는 달라야 하고 그래야 정서적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뉘앙스가 다르긴 하지만 글 쓰는 사람을 ‘문인’이라 부를 수도 있고 ‘작가’라고 부를 수도 있다. 문인묵객이나 문·사·철이라 하여 문인은 인간탐구를 위해 글쓰기를 하며 끊임없이 자기를 갈고 닦아 자신의 문장을 남기려는 지식인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인과 의미가 비슷한 작가는 민중과 구별하는 배타적 태도가 아니고 민중에게 다가서서 자신의 정서에 의미를 부여하고 같이 호흡해보려는 예술노동자들을 이르는 말이다. 아무튼 문인은 조선시대에는 글과 학문으로 입신한 사람을 일컬었으나 현대에는 문필이나 문예창작에 종사하는 작가와 동일의미의 사람이다.
그렇다면 글 쓰는 세상에서 문인은 무엇인가. ‘문인’하면 일반인이 볼 때는 어딘가 고상하고 머리에 든 것이 많고 남다른 느낌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문인은 끊임없이 자신을 향한 질문을 던지면서 더 좋은 글쓰기를 염두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예술 자체는 인간생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못해서 시장경제의 사회에서는 수입이 많이 못 미치는 직업이기도 하다. 때문에 경제사정이 불안정하면 굶어죽기 딱 좋은 안성맞춤의 직업이기 십상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팍팍한 처지를 국문과는 굶어죽고, 영문과는 영문도 모르고 죽고, 불문과는 불문곡절하여 죽는다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문인 혹은 작가는 배고프고 고달프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스타작가’나 ‘웹툰 작가’의 대박 소식도 존재하지만 직업으로서의 문인은 여전히 불안하다. ‘전업작가’를 선언하기에는 현실에서 많은 장애가 뒤따르곤 한다. 글 쓰는 직업에 대한 인식은 배우자의 선택에서도 유리한 입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여전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작가가 문학창작에 전념하는 것은 글쓰기의 쾌감에 매료되기도 하고 독자의 반응에 이끌리기도 한다. 문학의 위대함에 감탄하면서도 내가 혹시 작품 속의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환상에 젖기도 하면서 작가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예술인들의 수입에는 분야에 따라 격차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건축가는 1년에 1억쯤 번다한다. 그렇다면 문인들은 실제에서 얼마를 벌어들이는 것일까.
작가에는 유·무명도 있고 여행하면서 창작하는 작가도 있고 비교적 근자에 출현한 웹툰 작가도 있다. 광주문협 회원은 대략 800여 명에 이르고 전남문협은 500여 명, 광주전남 작가회원은 200여 명을 헤아린다. 글쓰기가 열악한 현실에서 이들 숫자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자발적 가난’을 택했노라며 자기 고충을 토로하는 작가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작가는 고독해야 하는 직업으로 꼽힌다. 미술가는 즉석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음악가는 무대에 올라 노래나 연주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즉석에서 일필휘지로 예술적인 임팩트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기에 더욱 무시 당하는 직업이다.
사람들은 보통 걷기를 대단하게 여기지 않듯이, 글을 쓰는 것을 대단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직업인으로서 활동하기 위한 커트라인이 없는지라 초등학생 동화 작가부터 의사 출신 에세이 작가까지 지식수준이나 분야별로 천차만별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글 쓰는 사람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얼굴이 다르듯이 자기 개성을 자본으로 글을 써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