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공간 사이 새로운 세계를 열다

한경숙 시인 첫 시집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 출간

최명진 기자
2023년 01월 24일(화) 18:20

2019년 ‘딩아돌하’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한경숙 시인의 첫 시집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걷는사람刊)가 출간됐다.

한 시인은 그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찰나의 순간 발견할 수 있는 생동감 있는 시공간을 형상화해 보여줬다.

그의 시업은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미묘한 시공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는 것이다.

작가의 첫 시집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는 총 4부 50편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공간에 다른 시간이 숨어 있는’ 세계의 다층적인 차원을 우주적인 상상력으로 펼쳐낸 심도 있는 시편들을 두루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은 순간에서 영원을 본다. ‘낮달이 동백 혀에 새겨질 때’를 바라보면서 찰나의 순간에 경이를 발견한다.

시집에 등장하는 첫 번째 시 ‘단념’에서 ‘궁궁을을弓弓乙乙/궁궁을을弓弓乙乙’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소리는 아마도 동학(東學)에서의 영원한 생명, 완전무결을 상징하는 뜻으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의미를 짧은 행간 사이의 넓은 보폭으로 시적 외연을 확장시키면서 탁월한 영원의 장면을 그려낸다.

시인은 미세한 시간의 균열을 착란과 현기증으로 느낀다. 언젠가부터 ‘작고 사소한 물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이 공간에 다른 시간이 숨어 있는 것’을 감지하고, ‘그 지느러미들이 움직이’는 동안 시인은 ‘바람의 예감은 바람 너머로’(작품 ‘정전기’ 中) 넘어가는 현기증을 앓아야 했다. 모든 정신적, 신체적 감각의 근원은 ‘알 수 없는 언어로’만 다가와 시인의 ‘안부는 다른 행성에’(작품 ‘나는 다른 행성에 있다’ 中) 존재하게 된다. 결국 시인의 그런 어지럼증의 해결책은 다시 ‘단념’으로 회귀된다.

시인이 오랜 시간 감각의 통증으로 겪어 온 시공간의 왜곡은 아름다운 한 권의 행성이 됐다. 그리하여 시인의 깊은 ‘단념’은 무한한 진공의 상태를 느낄 만큼이나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문순태 소설가는 추천사를 통해 “한경숙 시에는 신산한 삶의 이야기가 내면에 앙금처럼 녹아 있어 잔잔한 울림을 준다”며 “슬픈 여정 속에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고된 삶의 편린들이 오랜 시간 쌓이고 응축돼 숙성된 시어로 표출되고 있다”고 평했다./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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