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에 경로당 어르신들도 ‘덜덜’ ●광주 도심 한파쉼터 가보니 “지자체 지원받지만 가스비 너무 올라 난방 줄이게 돼” 패딩 입고 전기장판에 의지…광주시, 특별난방비 지원 안태호 기자

2023년 02월 06일(월) 20:21

가스요금 인상 등 이른바 ‘난방비 폭탄’에 지역 경로당 어르신들도 실내에서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은 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안태호 기자

“같이 어울려서 쉬려고 경로당 오는건데, 추워서 따닥따닥 붙어서 앉아만 있구먼.”

지난 주말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소태동 소재 한 경로당. 한파 쉼터를 겸한 이곳은 추위를 피해 아침부터 모인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얼마 전 최강 한파 때보다는 날씨가 풀렸다고 해도 겨울 찬 바람은 여전해 어르신들은 패딩 점퍼와 목도리로 무장한 채였다. 문제는 실내에서도 무장 해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부에 비하면 따뜻하지만, 껴입은 옷을 벗기에는 찬기가 맴돌아서다.

때문에 어르신들은 자연스럽게 전기장판 위로 모여 앉았다.

공옥순(74·여)씨는 “경로당은 지원받는 돈으로 운영되는데, 가스비가 너무 올라서 난방비가 초과될까봐 난방을 잘 안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난방비가 오른 뒤 난방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도 최근에 동네 주민 2명이 찾아와 난방비를 아껴쓰라고 말하고 가기도 했다”며 “그 일이 있은 뒤로는 경로당에서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할 때도 찬물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찾아간 같은 동의 다른 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0명 정도 옹기종기 모인 어르신들은 대부분 실내에서도 목도리를 두르고 두꺼운 패딩 점퍼 등을 껴입은 모습이었다.

이곳에 매일 온다는 양두금(82·여)씨는 “난방비가 올라서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경로당에서도 보일러를 끄고 생활하게 됐다”며 “구청 직원들이 몇 번이나 방문해 지원금을 설명하며 난방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난방비 영수증을 보면 지원금이라도 미안해서 쓸 수가 없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올해 광주지역 도시가스 요금은 1MJ(메가줄) 당 20.7원가량으로 1년 사이 35.8%가 올랐다. 광주시는 2017년 이후 5년째 소매 가격을 동결했지만, 국제유가 상승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요인으로 도매 가격이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시민들이 내야 하는 요금도 크게 상승했다.

이처럼 급등한 난방비에 집에서 혼자 난방을 하는 데 부담을 느낀 어르신들이 경로당 등 한파 쉼터를 찾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따뜻한 정도가 미미한 상황이다.

경로당은 매달 운영비를 각 자치구에서 지급받지만, 보조금을 초과할 경우 운영비에서 각출해야 한다.

이에 난방비 상승에 따른 취약계층 등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광주시는 급등한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난방 취약계층 긴급 지원대책’을 시행, 1천365개소 경로당에 20만원씩 총 2억7천300만원의 특별난방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경로당 등 특별난방비 추가 지원 대책 마련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