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 / 이정록 |
| 2023년 03월 05일(일) 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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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나 지역도 상징자본을 축적하려고 안달이다. 과거 이석형 함평군수가 ‘나비축제’를 개최한 이유도 상징자본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축제를 열어 외부인을 함평으로 유인하는 것은 1차 목표였다. 최종 목표는 나비가 날아다니는 동네라는 ‘청정 고을’ 이미지를 전국에 알리는 것이었다. 청정 이미지는 함평산 농수산물 판매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도시 브랜드 만들기는 상징자본을 확보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광주가 보유하고 축적한 상징자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언뜻 떠오르는 것이 없다. 굳이 들자면 자주 쓰는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라고 할까. 지극히 민주적인 사람들이 살면서 인권과 평화를 중시하는 도시 말이다. 광주는 민주의 도시인가? 잘 모르겠다. 혹여 민주를 가장한 정치 과잉의 도시는 아닐까. 인권을 중시하는 도시인가? 머뭇거리고 망설여진다. 평화를 중시하는 도시인가? 동의한다. 그렇다면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는 패러독스인가? 그것 또한 알 수 없다.
최근 광주가 만든 새로운 상징자본이 있다. ‘광주형 일자리’다.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이 주창한 실험적 일자리는 독일 볼프스부르크 사례를 광주에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노사민정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실험이다. 민선 7기 이용섭 시장은 전임 시장이 구상한 실험을 이어받았다. 광주형 일자리가 고비용과 저효율에 빠진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광주를 노사가 협력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 혁신적인 경제 도시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광주형 일자리는 2019년 1월 구체화한다.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이 이뤄지고 이를 근거로 광주시는 ‘노사상생도시’를 선언하기 때문이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통해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기업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기 위한 취지였다. 그 첫 번째 결과가 2019년 9월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이다. GGM은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이자 노사 상생형 기업이다. 윤장현 시장이 주창한 실험적 모델을 이용섭 시장이 추동해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속칭 ‘운동권 도시’가 노사협약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니 전국적 뉴스가 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상생형 지역 일자리’로 명명해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밀양형, 대구형, 구미형,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이 뒤를 이었다. 특별법도 만들어졌다. 광주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원조 도시가 됐다.
원조 도시답게 광주시는 2021년 12월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을 만든다. 노사상생 문화를 선도하고, 상생 일자리를 연구하며, 노사상생 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전국 최초로 ‘노사상생도시’를 선언한 도시다운 발상이었다. 광주형 일자리를 태동시킨 주체였던 노동계는 환영했다. 지역사회도 재단이 광주형 일자리 착근과 새로운 상생 일자리 만들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강기정 시장이 산하 공공기관 혁신과 구조조정 방침을 천명하면서 부터다. 시 산하 공공기관 수는 민선 4기 14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민선 5기 18개, 민선 6기 21개, 민선 7기 24개 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지난달 23일 강기정 시장이 ‘민선 8기 광주시 공공기관 구조혁신안’을 발표했다. 24개 공공기관을 20개로 줄이고, 일부 재단은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폭적인 수술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시장들이 하지 못한 수술을 강시장이 시도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은 경제고용진흥원과 통합해 ‘광주상생일자리경제재단’으로 재출범된다고 한다. 광주가 추동한 ‘광주형 일자리’의 뿌리내림과 전국적 확산을 위해 재단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쉬운 차선책이라고 본다. ‘광주형 일자리’를 만드는 노사상생문화 정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야 기업하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다. ‘정치가 강한 도시에서 경제도 강한 도시’라는 브랜드를 가지려면 말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뿌리를 내리고 순항하면 광주는 새로운 상징자본을 확보하게 된다. 그 작업의 중심에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이 있다. 차제에 광주상생일자리재단 역할을 보다 강화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