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무임승차 / 김일태 |
| 2023년 03월 06일(월) 1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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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과 고령화는 경제성장과 재정의 건전성 등 경제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먼저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된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도시마저도 유치원 폐원과 초중등학교 폐교, 지방소재 고등교육기관 대학의 폐교가 가속화돼 지방이 소멸하고 인적자본의 축적기회가 사라져 기업, 교육기관, 의료기관 등에서 고급기술 인력의 부족이 심화된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성장률 하락과 노인부양능력의 저하로 국민연금, 건강 및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흔들리게 한다. 또한 고령화는 노동공급 면에서 은퇴인구의 증가로 소득과 생산연령이 감소하고 노동수요 면에서 고령층의 기술수준 하락에 의한 고용의 질 악화와 생산성 하락으로 고용증대효과가 미약하게 된다. 기대수명의 증가를 대비한 저축의 증가는 소비성향의 감소로 인해 총수요의 위축을 가져오게 된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현상은 출산, 육아, 교육, 건강, 고용, 연금 등에서 사회복지비용의 증가로 인해 부양능력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하철 적자 손실보전이 노인(65세 이상)의 지하철 ‘무임승차(free ride)‘의 연령 상향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본래 무임승차는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해 편익을 얻었지만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노인의 사회복지 차원에서 1984년 법령에 의해 무임승차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의 공공요금 부과는 효율성, 공평성, 재정지원에 의해 결정된다. 공공서비스는 수요자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응익원칙(應益原則)에 입각하므로 적자손실을 보전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대중교통은 부유층보다 소득이 없거나 요금에 민감한 청소년과 노인들, 그리고 중산층 이하의 일반인들이 주로 사용하므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요금 부담을 가볍게 하는 것이 후생의 원칙이다. 그래서 일반인은 낮은 요금, 어린이와 청소년은 요금 할인, 노인은 요금 면제로 책정하고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공공요금 부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 파악과 비용 및 비경제적 가치를 포함한 편익 산출이 중요하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하철 운영은 운임 승객이나 무임승차 노인들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편성되고 보수하는 고정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노인 무임승차의 사회적 편익은 연간 3천억으로 추산돼 긍정적인 면이 있다. 이런 비용과 편익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요금부담의 수직적 형평성을 고려하면 노인의 무임승차 연령 상향에 의한 적자손실의 보전은 신중해야 한다.
지난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출산정책에 280조원의 예산을 쏟았으나 OECD 꼴찌로 한 명 미만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수년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적 및 사회적 요인의 진단과 처방을 했지만 허망하게 무너졌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직면한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개인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와 의무로 형성돼 있다. 이런 관계와 의무의 중요성에 대해서 미국의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는 ‘문명의 대가(The Price of Civilization)’에서 “개인적 필요와 사회적 필요를 새롭게 각성(mindfulness)함으로써 행복을 향한 더욱 견고한 길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우리 삶의 8가지 차원(자신, 일, 지식, 타인, 자연, 미래, 정치, 세계)에 대한 각성을 주문했다.
국가는 사회적 포용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세대와 성별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을 보장하는 정치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개인 스스로도 행복의 근원을 찾아내서 이해하고 자신에 대한 각성과 각자의 생애주기에 맞는 결혼과 출산, 그리고 자녀 양육과 교육, 노후를 대비하는 소비와 저축 간의 균형으로 삶의 질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나 사회가 강요하는 인구정책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신과 일, 그리고 미래에 대한 각성으로 삶을 개척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