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신뢰할만한 지식 도구인가 / 박준수

2023년 03월 07일(화) 19:37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요즘 무엇이든 질문하면 신속하게 답을 해주는 ‘챗GPT’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챗 GPT’는 오픈AI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으로 언어기반의 AI시스템이다. ‘챗 GPT’의 큰 장점은 원하는 답변이 안 나오면 ‘Try Again’ 버튼을 눌러 다른 답을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탁월한 대화능력은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이 위협을 느낄 정도이다. 구글은 검색엔진으로 검색하면 자료를 팝업해준다. 그리고 거기서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아야 한다. 하지만 ‘챗GPT’는 사용자가 질문을 하면 즉시 답을 해준다. 구글 검색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이다.

-구글 위협하는 지식도구로 부상-
‘챗GPT’가 더욱 놀라운 것은 여러 고난도 테스트를 거뜬히 통과했다는 점이다. 미국의사, 변호사, MBA 시험을 모두 패스했다. 또한 컴퓨터 코드, 영화시나리오 등을 작성했다. 컴퓨터로 처리하는 자료수집, 정리 등 모든 과정을 자동화시킬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장차 많은 일자리가 AI에게 빼앗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챗GPT’ 등장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분야는 교육계이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도록 하는 곳이 교육현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만난 전남대 한 교수는 “그동안 오픈북 테스트를 해왔는데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 답안을 쓸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파장을 우려했다.

필자는 ‘챗GPT’가 과연 어느 정도 유의미한 답을 찾아내는지 궁금해서 직접 가입해서 질문을 해보았다.

질문창에 영어로 “종이신문의 장래에 대해 말해달라”고 물었더니 질문이 명확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질문해달라는 회신이 왔다. 그래서 ‘비즈니스 관점에서’라는 말을 추가했더니 수 초 만에 즉각적인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장이 떴다.

“신문산업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어떤 신문은 미래에도 여전히 수익을 낼 것이다. 반면 신문산업 전체적으로는 사양화될 것이다. 그 이유는 온라인 뉴스제공자의 증가, 광고수입의 감소, 인쇄 및 배달비용의 증가 등 여러 요인들 때문이다.”

다음으로 오는 4월 열릴 광주비엔날레 관객 만족도 제고방안에 대해 물었더니 ‘챗GPT’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변은 없다. 관객만족도를 높이는 몇가지 방법들로서 전시정보의 이용가능성 제고, 인터랙티브 전시와 부대행사 활동을 통한 관객 경험을 증가하고 전시회의 전체적인 미학을 향상시켜야 한다. 추가적으로 다양한 관객을 유인하기 위하여 마케팅과 봉사활동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상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의 결과에서 보듯이 내용은 기대했던 것보다도 단순했다. 전문가 수준의 질 높은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식적인 수준의 답변이어서 다소 실망했다. 질문이 포괄적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문제를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답변을 내놓는 게 놀라웠다.

교수법 전문가인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박남기의 AI시대 교육법 ’ <챗GPT의 논문작성과 대응책>에서 ‘챗GPT’ 실행능력을 직접 검증해보고 그 장단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그는 ‘챗GPT’가 연구자의 연구활동에 유용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들에게 ‘챗GPT’를 통해 연구목차, 내용에 대한 개괄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부보고서나 졸업 논문을 지도해야 하는 교수의 역할을 ‘챗GPT’가 일부 대신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 ‘가짜지식’ 한계 불완전한 존재 -
반면 문제점으로는 내용상 일반인들은 구분하기 어려운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결과를 내놓고 참고문헌마저 조작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챗 GPT’ 개발자도 “챗 GPT는 대체로 그럴 듯 하지만 부정확하거나 말도 안되는 대답을 내놓는다. 현재로서는 이 문제 해결이 상당히 어렵다”고 그 한계를 인정했다.

이처럼 아직까지 ‘챗GPT’는 지식생산자로서는 신뢰하기 어려운 불완전한 존재이다. 자칫 ‘가짜지식’을 퍼뜨릴 위험성이 다분하다. 검증과정 없이 그대로 인용하거나 믿게 될 경우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거나 연구논문에 응용할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챗GPT’가 향후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한 탁월한 학습능력을 갖추더라도 가짜정보를 사전에 걸러내지 않는다면 그가 생산한 결과물은 또 다른 오류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도구가 그렇듯이 ‘챗GPT’ 역시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