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봄비와 나그네 / 시 - 이동호

2023년 03월 13일(월) 19:23

오늘 비로소
언 몸을 녹여줄 봄 하나를 샀습니다
꽤 비싸게 굴던 녀석이지만
큰맘 먹고 하나 들여놨습니다

그 봄에는
싹을 잉태할 자양분이
올망졸망 모여 있고
중환자실 산소 호흡기처럼
긴 줄의 호수에 연결되어
수분을 공급하는 장치도 있었습니다

언 몸을 지닌
나그네는 말합니다
아직 낮은 체온을 높여줄
피하지방 정도의 비도 필요하다고

그러자 봄이 대답합니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요술램프를 들어 보이며
주인이 원하는데 안 들어 줄 수 있겠냐고
가장 강직한 봄의 체온으로
잠든 땅을 소생시키고
주인의 소망을 뿌리겠노라고

나그네는 생각합니다
봄 하나 장만하길 참 잘했다고.


<이동호 약력>
▲2009년 서라벌문예 시 부문 신인상
▲현 문화예술잡지 ‘대동문화’ 편집국장
▲현 광주문인협회 청년기획위원장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제37대 전국연합 학생회장 역임
▲시집 : ‘초록배낭의 향기’(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