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전남연구원 분리, 지역 싱크탱크 도약 계기 / 김종익 |
| 2023년 03월 20일(월) 2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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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연구원의 통합 또는 분리 여부는 대내외 여건 변화나 정치적 상황 등에 비춰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지 정답이나 특별한 왕도는 없다. 따라서 광주전남연구원의 통합과 분리의 주장에는 각각 나름의 근거와 설득력이 있다고 봐야 하며, 어느 한쪽이 잘못됐다고 배척해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연구원의 설립 목적이나 지방정부의 자체적인 정책과 사업 발굴 수요 등을 고려하면 분리 운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합리적이며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받아들여진다.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급기야 지역소멸 위기까지 언급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지역 여건과 특성, 정책 수요를 충실히 반영하는 연구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통합연구원보다는 광주와 전남이 각기 연구원을 운영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 물론 전남도와 광주시의 초광역적 협력, 특히 지역의 성장동력 발굴이나 산업 육성, 인재 육성 등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연구원 간의 협력은 여전히 필요한 영역이다.
연구원 분리는 연구원 발전을 위한 전남도와 광주시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필요하다. 광주전남연구원은 통합연구원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연구원 통합 당시 전남지사와 광주시장이 내건 연구원 발전 청사진은 빛이 바랜 지 오래 됐다. 단적으로 지방정부의 출연금 규모도 그다지 개선되지 못했다. 연구원 운영 재원의 63.4%를 차지하는 양 시·도의 출연금은 70억원에 불과해 충남연구원 수준에 머물러 있고, 소극적인 지방정부 태도로 연구인력 확충이나 미래 지향적인 정책 개발 성과는 연구원을 ‘지역의 싱크탱크’라고 인정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에 머물게 한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분리 운영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연구원 육성과 발전에 관한 광주시와 전남도의 책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광주시와 자치구, 전남도와 시·군의 정책 개발 수요와 지역 특화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고 지역 발전을 위한 광역 단위 정책 거버넌스와 정책 지식 생태계 구축에서 지방연구원이 해야 할 역할을 고려하면 분리 운영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 특화 연구의 중요성은 2022년 ‘지방자치단체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종래 광역자치단체나 인구 100만명 이상의 시에서만 지방연구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던 것을 인구 50만명 이상의 시에서도 연구원 설립이 가능하게 된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지역 맞춤형 정책 개발, 지역 정책 수요에 부합한 사업 발굴의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광주전남연구원의 분리 운영이 효율적이고, 자연스럽다.
그런데 연구원 분리가 곧 연구원의 위상과 기능 강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연구원 발전을 위한 광역자치단체와 연구원 자체의 혁신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통합과 분리를 둘러싼 논쟁은 소모적인 시간 낭비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양 시·도는 연구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숙제를 연구원에 떠넘기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탈피해 뚜렷한 정책 의지로 연구원의 위상과 기능, 연구 여건 등에 관한 광주연구원, 전남연구원의 발전 청사진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원 스스로도 정책 개발과 정책 제안, 정책 자문, 사업 발굴, 분석과 공유, 정책 거버넌스와 정책 지식생태계 구축, 시·도민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원 기능 전반에 관한 비전과 전략을 능동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수동적인 연구 주제 발굴에서 탈피해 국내외 동향이나 지역사회 탐색,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해 능동적으로 과제를 발굴하려는 태도의 전환도 필요하다. 아울러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 심화, 지역소멸 위기 등이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적 공동 의제라는 점을 고려해 비수도권 지역의 지방연구원 간의 협력도 내실있게 이뤄져야 한다. 광주전남연구원의 분리가 연구원의 발전과 지역사회에 대한 연구원의 책임성이 높아지고 명실상부한 지역의 싱크탱크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