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spora 음악가 정추 일생으로 살펴본 근현대사 단면

ACC 정추 탄생 100주년 ‘나의 음악, 나의 조국’展
5월28일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1
유학 시기 작곡 육필악보, 추모 음반 및 공연 영상 등
작고 이후 기증 기록물 중심 이방인 삶 연대기 풀어내

최명진 기자
2023년 03월 22일(수) 18:30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한 민족 음악가 정추와 함께 그의 파란만장한 삶과 음악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오는 5월28일까지 ACC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1에서 정추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나의 음악, 나의 조국’을 선보인다.

그의 인생을 통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중앙아시아 고려인 강제이주 등 굵직한 한국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정추는 본래 살던 땅을 떠나 이국 땅을 떠돌며 활동한 디아스포라 음악가다. 한국에서는 월북했다는 이유로, 북한에선 김일성 우상화에 반대했다는 까닭으로 잊혀진 그는 고려인 가요 채록으로 한민족의 음악을 지키고자 했던 민족음악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2013년 정추 작고 이후 기증받은 기록물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일제강점기 광주에서 태어나 일본과 러시아를 거쳐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일생 대부분을 이방인으로 살아온 정추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준다.

1부에서는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정추의 유년시절과 가족들을 소개한다. 양림동에서 태어난 정추는 베를린 슈테른 콘서바토리를 다녔던 외삼촌 정석호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연주하고, 외할아버지가 세운 양파정에서 기생권번의 노래를 듣는 등 예술적 조예가 깊은 집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광주고보에서 일본인 배속장교 배척사건으로 퇴학 당한 후 양정고등학교에서 한국어로 수업을 받으며, 음악을 통해 애국과 독립의 꿈을 키워왔다. 또한 영화감독인 형 정준채와 동요작곡가인 동생 정근 등 가족 구성원들의 면면을 통해 예술가 집안의 내력을 엿볼 수 있다.
러시아 유학시절 작곡한 ‘조국’ 육필악보

2부에선 월북 후 러시아 유학시기 그가 작곡한 육필악보를 보며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1946년 형을 따라 월북한 정추는 평양 국립영화촬영소 음악감독으로 일하며, 평양 노어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이후 국비장학생으로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작곡이론 공부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알렉산드로프 교수에게 지도받으며 한국적 선율을 연구하고 한민족의 정서를 담은 작품 ‘조국’을 발표한다. 또한 그는 이국의 땅에서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만드는 등 음악작업을 통해 고향의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추가 음악인류학자로 활발한 활동을 펼친 시기를 담고 있는 3부는 1958년 소비에트 연방으로 망명한 이후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 가요를 채록하며 활동하던 시기까지 정추의 음악인생 전반을 조명한다. 그는 고려인가요 1천68곡의 가사와 500곡 가량의 악보를 채보했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한 민족의 음악문화가 다른 문화권에서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변화돼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음원뿐 아니라 실제 공연 영상, 정추 작고 이후 그를 그리워하며 열린 추모음악회나 추모음반 등을 선보인다. 작곡 습작부터 하나의 악보가 완성되는 과정, 이후 출판된 악보와 연주된 음악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딸들이 말하는 아버지 정추의 모습도 살필 수 있다. 전시 마지막에 악보를 필사하는 등 음악가 정추를 따라 체험해보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강현 전당장은 “이번 특별전은 조국을 그리워하며 살아온 광주 출신 디아스포라 음악가의 일생과 노력에 초점을 맞춰 구성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전당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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