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人4色 시선으로 담아낸 ‘가치’의 재구성 강원제·유지원·김덕희·안준영 참여, 2023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위상의 변주’ 28일부터 하정웅미술관 최명진 기자

2023년 03월 26일(일) 19:13

유지원作 ‘Modern House’

강원제作 ‘NO.2760(Chaosmos)’

안준영作 ‘수상한 움직임’

김덕희作 ‘밤 속에 녹아있는 태양’

우리 삶을 지탱하는 여러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은 오는 28일부터 7월16일까지 제23회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2023 ‘위상의 변주’를 개최한다.

이번 초대전에는 강원제(대구), 유지원(광주), 김덕희(부산), 안준영(전북) 등 4명의 청년작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지역 대표 공립미술관 추천과 세미나를 통해 선정됐다.

‘위상의 변주’를 부제로 갖는 이번 전시는 이지러졌던 달이 차오르면서 달의 위상이 변화하듯 우리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가치들이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자리다.

작가들의 작품에는 각각 다른 키워드의 이분법적인 대립이 존재한다. 이 대립은 모두 반대의 모습인 듯 보이지만, 따로 분리할 수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강원제 작가는 예술의 형식에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194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작품의 결과보다 아이디어 혹은 제작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미술 사조가 여럿 등장하며, 전통적인 회화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이를 동시대 화가의 관점으로 풀어낸 그의 작품은 완성에 다다를 때면 또다시 해체되고 다시 시작으로 이어지며 순환한다.

유지원 작가는 폐허의 조각을 재조합해 ‘가치의 재구성’이라는 테마로 예술 공간 즉, 제도 안에 들여놓는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프랑스 유학 당시 버려진 잔해들, 속수무책으로 방치된 것들에 이끌려 ‘예술가의 여정’(2015) 영상 작업을 진행했고, 이는 이후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작가는 줍는 행위를 통해 항상 새로운 것을 좇는 현대인의 모습을 조명한다. 또 이렇게 얻은 재료들은 전시장 내에서 또 다른 작은 공간을 이루며 재구성된다.

김덕희 작가는 물질과 에너지의 상호작용에 관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주로 열을 매개로 드러나며, 열에너지가 물질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관람자를 사유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작품에서 ‘열’은 공간을 밝히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작품의 주재료인 파라핀을 녹이는 물리적 힘을 행사한다. 이처럼 작가는 모든 생명 활동에 필요한 근원의 에너지인 열을 매개로 혼돈과 질서를 넘나드는 세계를 표현한다.

안준영 작가는 동시대 미술가의 불안감, 그로 인한 것으로 추측되는 신경증, 불면증 등 고통이 반영된 작업을 선보인다. 가는 펜으로 면밀하고 단단하게 그려진 그의 작품은 초현실적인 이미지로 한눈에 정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작가는 주관적인 고통을 날 것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사실적이지만 은유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람자가 작품 속으로 반감 없이 들어와 상상할 수 있게 이끈다.

하정웅미술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네 명의 작가들이 집중하고 있는 가치와 그들의 방법을 통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위상의 변주에 대해 사유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개막식은 오는 28일 오후 4시30분에 열린다. 이날 개막식에는 기증자 하정웅 명예관장이 참석해 청년작가들의 앞날을 응원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또 바이올린 제작의 세계적 명인인 진창현 선생이 기증한 현악기 4종으로 기증의 뜻을 기리는 개막 축하 공연도 진행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