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뜬장에 대형견 30여마리…사료는 ‘음식물쓰레기’ ●광산구청·광산경찰 ‘개농장’ 합동단속 뜬장 아래 분뇨 쌓여 악취…‘열악한 환경’ 동물복지 외면 농장주 동물학대 입건…전문가 “개 식용금지법 제정돼야” 오복 기자

2023년 03월 31일(금) 06:41

광주 광산구청과 광산경찰은 30일 오산동 와산교 인근 개농장에서 동물학대 등에 대한 합동단속을 실시했다. 사진은 녹슨 뜬장 안에 대형견들과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한 잔반통./오복 기자

“농장주님, 사료값이 없다고 개들한테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면 되겠습니까. 대체 환경이 이게 뭡니까.”

30일 오전 10시께 광산구 오산동 와산교 다리 인근. 악취가 진동하는 좁은 길을 따라 스무걸음 정도 이동하자 찢어지고 먼지 낀 비닐들이 쇠기둥에 멋대로 걸려있는 폐허가 드러났다.

‘개농장’이었다.

이날 광주 광산구청과 광산경찰서는 동물학대가 의심된다는 민원 신고를 받고 합동으로 이곳을 급습, 열악한 환경과 불법 사항들을 점검했다.

현장은 그야말로 ‘열악’했다.

입구 쪽에 도착하자 ‘컹컹’하는 개 짖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고 1미터 남짓 크기의 뜬장도 보였다.

뜬장의 잔반통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했고, 아래쪽은 개들의 분뇨로 땅이 솟구쳐 있었다. 악취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는 불보듯 뻔했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뜬장도 마찬가지로 음식물 쓰레기와 분뇨 사이에 개들이 2-3마리씩 갇혀있었다. 악취 속에서도 사람을 반기는 듯 개들은 저마다 시커멓게 녹슨 쇠창살 사이로 코를 부볐다.

개들의 종은 다양했지만 대체로 대형견이 많았다. 현장 점검에서 개들은 총 30여마리로 확인됐으며 이들은 모두 뜬장 시설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뜬장과 같이 바닥이 없는 환경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은 동물 복지에 위반하는 동물학대 행위로 농장주는 이날 입건됐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깨끗한 물과 사료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고, 동물이 생활하는데 적합한 환경 또한 제공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학대 행위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농장의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법 제정을 통해 이들의 근본 목적인 ‘개 식용’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경 생명교육원 대표는 “개 식용을 전제로 불법 개농장과 불법 도축 등에 대한 제보가 넘치고 있지만,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며 “개농장은 국민적 정서와 문화에 반하고 동물학대를 자행하는 명백한 불법으로, 국회에서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통해 근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