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해 바래길 15코스 바다위에 뜬 꽃동산에서 펼쳐진 ‘봄 페스티벌’ |
| 2023년 04월 04일(화) 19:21 |
|
대지에서 꽃이 펼치는 ‘봄 페스티벌’이 벌어지고 있다. 봄꽃 향기를 따라 남해로 향한다. 경남 하동 땅에서 노량해협을 건너는데 남해도는 이미 꽃동산이 됐다.
남해 바래길을 걷기 전에 왕지벚꽃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한다. 남해대교 아래 노량마을에서 문의마을까지 5㎞에 이르는 도로는 아름다운 벚꽃길이다. 왕지벚꽃길을 따라 느리게 달려가다가 마음 내키는 곳에서 자동차를 세우고 벚꽃길을 걷곤 한다.
|
벚꽃터널을 이룬 해변도로는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벚꽃은 푸른 바다와 어울려 하얀 꽃빛이 강렬하다. 노란 유채꽃까지 끼어들어 꽃 축제는 더욱 화려해진다. 하늘을 가린 벚꽃터널을 걷고 있으니 벚꽃이 꽃비를 내려준다. 휘날리던 벚꽃잎이 나비처럼 살포시 머리위에 내려앉는다. 꽃비 내리는 벚꽃길을 걷고 있으니 축복을 받는 느낌이다.
해변도로는 왕지마을 가는 길과 설천면소재지로 가는 길이 갈린다. 벚꽃길은 설천면소재지로 통하는 오른쪽 1024호 지방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도로가 구불구불 산비탈을 돌고 돌면서 하얀 ‘벚꽃벨트’가 형성됐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다랑논에 유채꽃이 피어있다. 노란 유채꽃 아래로 푸른 바다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바다 위에 벚꽃과 유채꽃이 예쁜 수채화가 그려놓았다.
왕지벚꽃길 드라이브를 마치고 남해바래길 15코스를 걷기 위해 다시 노량마을로 돌아왔다. 남해대교유람선 길 건너에서 남해바래길 표지판이 길안내를 해준다. 경사지를 따라 남해대교 입구로 올라선다. 왕지벚꽃길과 구두산 산벚꽃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을 보려면 남해대교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남해대교 인도를 따라 다리 가운데로 갔다. 남해대교에서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왕지벚꽃길을 바라보고 있으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충렬사 근처를 비롯해 구두산 비탈에도 벚꽃이 피어 푸른 숲과 조화를 이뤘다.
남해대교에서 바라본 구두산과 왕지벚꽃길, 노량포구의 모습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남해대교는 개통한지 올해로 50주년이 됐다. 1973년 개통된 남해대교는 길이 660m, 높이 52m의 아름다운 현수교다. 남해대교가 가로지른 노량해협은 임진왜란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이 전개된 곳이자 이순신장군이 순국한 곳이다. 노량포구 안쪽에 자리한 충렬사는 충무공 이순신의 충의와 넋을 길기 위해 세운 사당이다. 충렬사는 이순신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순국하자 시신을 지금의 충렬사 자리에 초빈해 안치했던 장소다.
|
2018년 4차선 넓이의 노량대교가 개통되기 전까지 남해대교는 남해의 관문역할을 했다. 남해 바래길 15코스는 남해대교에서 옛 도로를 따라가면서 시작된다. 남해읍으로 연결되는 옛 국도변의 오래된 벚나무가 길손을 맞이한다. 과거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남해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화사하게 맞아주던 길이다.
노량포구·충렬사로 내려가는 길과 남해읍으로 가는 구도로가 갈리는 고갯마루 삼거리에 노량공원이 있다. 노량공원 아래쪽 유채꽃밭에서 보는 남해대교와 벚꽃길, 노량해협과 하동 쪽 산봉우리들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없는 절경이다. 유채꽃밭에서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연인들도 이미 예쁜 꽃이 됐다.
|
노량공원 유채꽃밭에서 남해의 봄꽃향기를 즐긴 후 구두산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를 따라 걷다가 뒤돌아보면 남해대교가 반갑게 손짓한다. 길가에는 여러 야생화들이 수줍게 피어있다. 노랑괘불주머니, 산자고, 개별꽃, 괭이나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산벚꽃도 곳곳에 피어 주변 야산에 봄옷을 입혔다. 임도에서도 산벚꽃과 복사꽃이 봄 손님을 맞이한다.
임도는 점점 고도를 높여가면서 구두산 8부 능선까지 근접한다. 종종 만나는 편백나무 숲이 은은한 향기를 전해준다.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들리지 않는 고요한 산길이 계속된다.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거나 홀로 사색하면서 걷기에도 그지없이 좋은 길이다.
구두산 8부 능선을 넘어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가 상상양떼목장 입구를 만난다. 상상양떼목장 입구에서 조금 내려가니 또 하나의 양떼목장이 있다. 양떼목장에서는 양 먹이주기 같은 체험활동을 할 수 있고, 주말에는 양몰이공연도 볼 수 있다. 목장 입구에서 바라보니 목가적인 풍광이 펼쳐져 마음이 푸근해진다.
|
고도가 낮아지면서 산 아래 해변마을과 바다가 가깝게 다가온다. 산을 등지고 들판과 바다를 마당삼은 마을들이 평화롭다. 마을 앞 농경지는 해변마을을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남해의 부속 섬 창선도의 산봉우리들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눈앞으로 펼쳐지는 정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밭길을 걷는다. 들판을 가운데 두고 설천면소재지가 있는 남양마을과 문의마을, 동흥마을, 봉우마을이 감싸고 있다. 주변의 논과 밭에는 마늘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마늘은 남해의 특산물이다. 문의마을로 내려와 1024호 지방도로를 건너 마을 골목길을 따라서간다. 요즘 시골에서도 돌담길을 보기가 힘든데, 남아있는 돌담길이 정겹다. 설천초등학교 담벼락에 걸린 초등학생들의 그림이 천진난만하다. 설천초등학교 앞을 지나 설천면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하면서 남해 바래길 15코스 걷기가 마무리된다.
주차해둔 승용차를 타고 이번에는 동흥마을을 거쳐 왕지마을로 이어지는 해변길을 따라 달려간다. 해변길을 달리다보니 해변 산비탈 다랑논에 층층이 유채꽃이 피어있고, 유채꽃밭 위로 벚꽃길이 바라보인다. 벚꽃벨트 위쪽 산비탈에 갓 피어난 연두색 신록이 하얀 벚꽃과 어울려있는 모습도 산뜻하다.
왕지마을을 지나자 남해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고, 이어 왕지벚꽃길이 시작된다. 벚꽃도로는 차량과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왕지삼거리에서 벚꽃길을 따라 느릿느릿 달려 충렬사로 향한다. 남해대교와 노량해협 건너편 하동 노량마을, 해변에 우뚝 솟은 연대봉과 금오산이 푸른 바다와 함께 봄을 즐기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충무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 충렬사에도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영롱하게 핀 벚꽃이 충무공의 영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 쪽지
▲남해 바래길 15코스는 아름다운 남해대교를 아름답게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고요한 구두산 임도를 걷고 나면 남해군 설천면의 해안마을과 농경지들이 다가와 정겨움을 더해준다. 봄철에는 아름다운 왕지벚꽃길과 연계해 걸을 수도 있다.
※코스 : 남해대교유람선→노량공원→구두산 임도→양떼목장→설천면행정복지센터
※거리, 소요시간 : 6.6㎞, 2시간 30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남해대교유람선(경남 남해군 설천면 노량로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