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탁인석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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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빠른 독자라면 0.78이 무슨 말이고 대한민국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 것이다. 0.78은 현하 대한민국 최대의 재앙을 상징하는 출산율 숫자이다. 부부 2명에 1명도 아닌 0.78이라니 인구 소멸로 가는 직행 수치라하겠고, 부끄럽게도 세계 제1에 등극한지 오래다. 이 같은 숫자 앞에서 우리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어린이집, 유치원이 부지기수로 문을 닫고 국공립 유치원이 소규모 병설유치원으로 통폐합되는 상황이다. 초등학교 학생 수가 가파르게 급감하고 있다. 동구에 있는 서석초등학교를 보면 실감은 더욱 커진다. 1960년대에는 한 학급 당 학생이 60명부터 80명이었다. 그리고 한 학년이 20학급을 넘나드는 대형학교였다. 교실이 부족해서 오전 오후로 나누고 2부제 수업까지 해야 했다. 어림잡아 전교 학생 수가 8천명 쯤은 됐던 것이다. 아시아에서 학생 수가 제일 많은 학교라고 일컬어지기도 했다. 점심을 먹고 나면 학생들이 운동장에 가득 찼으니 친구라도 만날라치면 철봉대 밑이라든가 등을 정해서 약속을 해야만 했다. 그러던 학교가 지금은 전교생이 고작 140명이다. 차이가 나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을까. 도심에 있는 중앙초나 수창초도 현상은 마찬가지다. 물론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 그 숫자는 급기야 중학교, 고등학교로 이어지고 대학도 위기감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사람이 있어야 물건을 만들고 산업현장을 일굴 터인데 대책 없이 시간만 가고 있다. 산부인과나 소아과 병원도 속속 문을 닫아가고 있다. 얘들이 있어야 병원을 유지할터인데 절대 자원이 바닥인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은 결혼은 선택사항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자신들만 살아가겠다는 참으로 이기적인 선택이다. 반대로 결혼하니까 살만하다면 살맛 때문에라도 결혼을 할 것이다. 애를 낳아서 키워보니 살만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말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세 가지의 할 일이 있다고 한다. 말인즉슨 나무를 남기고 책을 남기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다. 나무는 깨끗한 지구환경을 의미하는 것이고 책은 인간의 역사가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나무와 책이 있어도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사람이 없는 세상에 책과 나무만 있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이라는 국가적 위기는 여전히 가파르다.
어린이는 귀한데 어떻게 키울까 하는 것부터가 화두다. 이 중 하나가 동요 부르는 어린이가 없다는 것인데 매년 맞는 5월 어린이날에도 외화내빈의 행사장이나 축제마당만 보일 뿐이다. 운동장에 빽빽하게 뛰놀던 시절에 어린이들은 동요를 부르며 건강하게 자랐다. 반달/고향의 봄/섬집아기/비행기/퐁당퐁당/옹달샘 등등. 동요는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이 움직인다. 오월의 신록을 보듯 풋풋한 그 무엇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아동문학은 희망의 문학이며 아이들에게 되돌려줘야 소중한 자산이다.
지금의 어린이는 동요에 접하기도 전에 트로트에 익숙한 세상이 돼버렸다. 동네방네 골목길을 누비면서 동요를 부를 나이에 사랑타령, 이별 타령을 트로트로 불러대니 북한 아이들을 보는 것처럼 섬뜩하다. 동요를 부를 나이에 죽자 살자 트롯에나 젖어 지낸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아이들이 입으로 동요를 부를 때 진정 사회는 맑아지고 밝아지진다. 귀하디귀한 우리 어린이가 동요를 부르며 마음껏 뛰놀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출산율 0.78은 끔찍한 재앙의 상징이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을 해결하겠다고 280조원을 쏟아 부었다는데 결과는 이리 참담하다. 하루 빨리 사람이 사람을 만들어가는 자연스러움을 회복해야 한다. 저출산의 극복은 뚝딱 정책이 아닌 긴 호흡의 장기대책이 필요하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인간성을 회복하는 동요 부르기라면 너무 소박한 생각이라 할 것인가. 저출산의 이유는 고급아파트, 좋은학벌 등 경쟁사회를 강조하다보니 정서적 친밀성이 무너진데서 기인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이다. 가족의 본원적 가치나 정서적 가치를 잊고 있다는게 한국의 행복순위가 OECD국가 중 꼴찌가 되고 있다는 부끄러운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