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듯 익숙한 ‘광주 화교’ 음식으로 만난다 ACC 기획전 ‘아주 오래된 이웃’ 내달 4일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100년 역사 이주민 관해…4부 구성 중국집 주방장·식료품점 주인 등 가까운 일상에 스며든 얼굴 통해 이주·정착…문화적 다양성 제시 최명진 기자

2023년 05월 02일(화) 19:29

360도 가상현실 영상으로 기록한 산둥 가정식 조리 과정 /ACC 제공

광주 화교는 20세기 초반부터 광주지역에 정착한 중국계 이주민이다. 이들은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광주와 함께 했다. 우리 곁에서 친근한 얼굴의 중국집 주방장,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식료품점 주인, 조금은 특이한 이름의 친구 등으로 살아왔다. 이러한 가운데 공동체의 사회적 경험과 음식문화로 광주에 거주하는 화교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획전시가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다음달 4일까지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광주 화교의 삶과 문화를 다룬 전시 ‘아주 오래된 이웃’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아시아계 이주민에 관한 사회적 경험을 되돌아보고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광범위한 이주와 정착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마련됐다.

광주 화교들이 남긴 각종 문서와 사진, 구술 자료, 음식문화로 이 작은 공동체가 걸어온 과거를 조명한다.

먼저, 1부에서는 ‘화교 사회’가 걸어온 지난 100여 년의 역사를 다룬다.

㈜광주화교협회와 광주 거주 화교가 제공한 문서와 사진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화교사회와 문화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1990년대 초 기록에서부터 그와 관련된 자료가 일부 확인될 뿐이다. 중국인 배척운동 등 사건으로 많은 화교들이 광주를 떠났지만, 일부는 이곳에 남아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서 지속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

2부는 광주 화교의 ‘음식문화’를 보여준다.

어느 화교의 62세 생신 기념일에 모인 화교 3대(사진 上)와 1966년 6월25일 광주 화교 소학교 제13회 졸업기념사진

흔히 ‘화교’ 하면 떠올리는 짜장면이나 짬뽕이 아닌 일반 화교 가정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주로 다룬다. 이주 초기 이들의 음식 문화는 다양한 중국 음식 중에서도 산둥성 음식이 주를 이뤘다. 광주에 정착한 이후, 화교 사회는 제한된 재료와 여건 속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식 문화를 현실에 맞게 바꿔 갈 수밖에 없었고, 최근에는 한국으로 유입된 중국의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3부는 신기술융합콘텐츠로 체험하는 광주 화교의 사회와 음식문화다.

광주화교소학교 교정을 가상공간에 재현해 화교 관련 콘텐츠를 배치한 확장 가상 세계(메타버스) 1종과 광주 화교의 의례와 음식 조리과정을 기록한 360도 가상 현실(VR)영상 2종으로 구성했다. 최신 기술로 기록 및 재현된 광주 화교의 사회와 음식 문화를 태블릿과 머리 장착형 영상 장치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이강현 전당장은 “화교는 우리 곁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서로 익숙해지고 닮은 이웃과 같은 사람들이다”며 “이번 전시가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광주 화교’를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