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대국 사이에 ‘낀’ 국가와 대통령의 외교 / 오수열 |
| 2023년 05월 07일(일)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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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지만,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는 말할 것도 없고, 1960년대 1인당 국민소득이 60-70불에 불과했던 최빈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이만큼 커졌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대통령의 외교활동에 대한 감동과 찬사는 여기에 머물러야 한다. 이제부터는 방미에 따른 성과와 과제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며, 특히 ‘공치사’에 능한 미국의 외교수완에 빠져 간과한 것은 없었는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 방미의 핵심의제는 안보와 통상 및 과학기술분야에 있어서의 협력과 논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안보와 통상 문제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하겠다.
첫째, 안보문제는 나날이 증대돼 가는 북한의 핵능력 증대에 따른 안보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문제는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대북유화정책과 대북지원에 대한 ‘국론의 양분’과도 맞물려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권적 차원의 문제라는 성격도 동시에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요인이 북한인 것은 맞지만, 반드시 북한으로 부터만 비롯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반도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 지정학적 환경 즉, 주변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이른바 ‘낀 국가’라는 조건 속에서 고찰하고 그것을 타개해 나가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더욱이 2020년대 들어와 경제·군사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과 우리가 느껴야만 하는 위협감을 감안해 그것을 회피해 나가는 방안을 외교적으로 찾아야 한다.
물론 ‘낀 국가’의 외교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고, 그 가운데에는 주변 강대국들 간에 균형을 유지하는 방식과 함께 오히려 위협에 공동대처하는 ‘강력한 동맹국가’를 가지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윤 대통령의 의중은 후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에 있어서 견제와 균형은 모든 국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고, 여기에서 당근과 채찍도 동시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통상문제의 초점은 반도체, 자동차 등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 혜택에 모아져 왔는데, 현 상황에서 가시적 성과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의 최강대국가로 등장한 미국은 특정국가의 국민총생산(GDP)이 자국의 60%대에 접근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견제 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오늘날 중국은 이미 80%를 상회했으며 구매력을 감안하면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미국이 ‘우방국 기업’이라고 해서 자국이익 우선정책에서 제외시켜 혜택을 주는 것은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20-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환영할 때와는 다른 양면성을 보이는 것은 선진자본주의국가답지 않는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셋째, 미·중 간 대립의 최대쟁점인 타이완 문제와 현재 전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매우 상반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국제적으로 다소 고립돼가는 미국을 지원한다는 배려의 차원이겠지만, 우리의 실익이라는 면에서는 좀 더 신중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미국만을 쳐다보고 살기에는 너무나도 덩치가 커진 국가가 됐고, 국제적 환경 또한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만 문제에는 평화적 해결과 ‘자유통항의 원칙’을 강조하는 정도로, 우크라이나 문제에는 조속한 전쟁의 종식을 바란다는 정도에서 그쳤으면 좋았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튼튼한 안보에 바탕한 경제적 번영에 달려있다. 2000년대 이후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확실하게 타이완 보다 우위에 있던 우리 경제가 18년 만에 1인당 GDP에서 추월당하고, 우리 경제의 상징인 삼성이 TSMC에 허덕거리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대통령의 정치력이 발휘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