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등 / 윤정란 |
| 2023년 05월 07일(일) 2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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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목 쭉 뻗어서 어둠을 지워가며
아직도 오지 않는 이 기다리며 서 있네
보고 싶다 빨리 오라 채근하지 않아도
차마 너를 두고 잠들 수 없다면서
붉은 눈 글썽거리며 밤을 지켜 서 있네
(시조집 ‘너는 나와 달라서’, 책만드는집, 2023)
[시의 눈]
제 어머니는 지상에 계시지 않지요. 어쩜 하늘나라에도 아니 계실 것입니다. 하면, 지하에 계시겠네요. 아닙니다. 그렇다면? 아, 옥마동의 언덕배기에 망자석(望子石)으로 서 계시지요. 전쟁 통에 잃은 동생을 아직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옛날 비 내리는 캄캄한 피난 길이었지요. 마장골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식량보따리를 쥐려다 그만 아이의 손을 놓쳤더랬습니다. 마을과는 불과 십여 리 밖이었지요. 전쟁 후, 끊긴 도로가 복구되었습니다. 몇 년 전엔 거기 큰 주물공장이 들어섰습니다. 아, 어머니는 목이 쉬도록 ‘영규야’를 부르다 오년 전에 운명하셨구만요. 유언하신 대로 이 마장골에 묻히셨지요. 와보니, 등성이엔 왠 가로등이 서 있네요. 어머니가 밤이면 나와 붉은 눈물을 글썽이시는 것 같다고 고향 형님은 전합니다. 영규가 올까요? 망자석 외등이 바람에 떱니다. 이팝나무꽃이 눈물인 듯 지는군요. 난 젖은 카네이션 다발을 영규이듯 어머니에게 안겨 드립니다. 윤정란 시인은 경남 김해에서 나 1983년 ‘시조문학’ 천료로 등단해서 시조집 ‘지금은 어떠세요’(2019), ‘뿌리가 이상하다’(2015)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대상의 이미지에 든 미세한 정서를 겸양의 언어로 곡진히 전언하는 시인이지요.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