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의 캔버스산책]구름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정

2023년 05월 14일(일) 18:57

‘구름에서 마음으로 가는 여정’

‘밤으로부터’는 해남에 내려가 그린 첫 작품이다. 석양 산책길을 걷다 언덕에 고독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를 보며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다. 그리고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 구상과 추상 사이에 있는 어떤 ‘아우라’라는 것을 느꼈다.

2000년 광주비엔날레 아시아 섹션을 맡은 커미셔너 타니아라타는 “하늘이 구름의 변화를 내 손을 빌려 표현한 구상화”라 말했다. 난 그 말에 상기돼 “구름은 비정형의 모양 없는 모양이므로 구상의 형식을 빌린 추상화”라 답했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지금, ‘마음산책’ 작업을 보고 타니아라타와의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마음산책’은 형식은 추상이나, 내용은 가장 리얼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자기 내면으로부터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능동적인 생각을 통해 삶이 곧 예술이 되는 수행적 산보이다.

제행무상이라 했던가!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지만, 나의 사회적 포지션은 디지로그(Digilog)적 감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화필 여정을 통해 여러 문제를 다시 마주하며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러티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해주는 세계관, 그것이 바로 좋은 작품을 만들게 하는 중요한 에너지가 아닐까?

젊은 날 느꼈던 구상과 추상 사이에 있는 어떤 ‘아우라’는 여전히 나에게 단서를 준다. 지금까지 구름에서 물 한 방울이 떨어져 일획이 되고 만 획이 되는 자연주의적 조형 의식을 통해 인간존재의 내면을 보살피고자 했다. 그리고 그 속에 삶과 예술의 일체감을 추구하며 대상과 존재, 그 자체가 감성으로, 사유로 하나 되길 소망한다.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화가 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