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어머니들 ‘그림 농사’를 짓다 “내 앞에 살아있으면 해주고 싶은 음식 하나씩 그리며…” 5·18특별전 ‘오월 어머니들의 그림농사’ 31일까지 메이홀 주홍 작가 지도…21명 어머니들이 그린 189점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05월 18일(목) 18:27

‘오월 어머니들의 그림농사’ 전시 전경.

양림동 오월어머니집에서 어머니들이 그린 작품들과 오월어머니 모습.

매주 수요일 오월어머니집에서는 특별한 그림 교실이 펼쳐졌다. 오월 어머니들이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 그리기에 나선 것.

‘상처에서 핀 꽃’이라는 제목의 미술 치료 수업 강사로는 주홍 작가가 나섰다. 붓 잡기, 물감 짜는 법마저 서툰 어머니들은 어린 아이들과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함께 했다.

한 달, 두 달 그려온 그림들은 어느새 100여점을 넘기게 됐고, 오월어머니집은 알록달록 작품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지난 한 해 동안 어머니들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며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그려진 소중한 그림들이 5·18 특별전에서 소개돼 눈길을 끈다. 오는 31일까지 동구 메이홀에서 펼쳐지는 ‘오월 어머니들의 그림농사’전이다.

화가로 변신한 21명의 어머니들은 이번 전시에서 총 189점 그림들을 선보인다.

소박한 꿈이 담긴 일상적인 모습부터 집이나 옷, 얼굴 등 하나의 주제에 맞춰 그려낸 그림들까지 누구보다 순수하고 감동적인 어머니들의 한 해 그림농사다.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는 그림 중에는 생선 반찬과 고봉밥, 찌개 등 우리에게 친숙한 밥상이 곳곳에서 눈길을 끈다. 가장 친숙하면서도 어머니들이 잘 그릴 수 있는 소재여서다. 어렸을 적 직접 지어 입었던 한복 그림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보름달 같은 내 얼굴’을 주제로 그린 그림에서는 각양각색 얼굴들이 등장하고, ‘내가 좋아하는 오월의 꽃’에서는 민들레, 튤립, 장미 등 어머니들의 봄꽃 잔치가 열렸다.

전시에서는 어머니들의 촛불 그림도 만나볼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촛불 집회 현장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그림으로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주홍 작가는 “1년 간 미술 수업을 진행해오면서 어머니들도 저도 함께 치유받는 시간들이었다”며 “평생 움츠리고 사셨던 어머니들이 자기 자신을 회복하고,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월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어머니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