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유폐(幽閉)의 늪 / 시 - 이돈배
2023년 05월 22일(월) 20:04
상록의 집*에서 들려오는 북장단 소리
땅의 소리를 듣고자 찾아온 관객들은
들리지 않는 귀를 만지작거린다
잠드는 시간을 잃어버린 꽃잎들
모여드는 매연에 몸을 불사르고
겉옷은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 간다.
카뮈가 보낸 원숭이는 허공을 나르며
테라스 난간에 묘기의 춤을 춘다
기우는 햇살을 흔들어 깨우는 나무들
숯처럼 탄炭 흔적으로 남아 있다
물을 벗어나 뭍에 오르는 소원으로
가파른 호흡으로 승천한 물고기
물과 뭍에서 조각난 한 생애가
세상에 나와 굳은 미라가 되어
사계절 병풍에 새긴 시간을 기다린다
거친 물살을 가르며, 일생을 헤엄치며
소음에 물들인 그물을 엮는 빈터에
평온이 깃든 낙원의 문을 두드린다.
* 도심의 지하묘원

<이돈배 약력>
▲한국현대시작품상, 영랑문학상, 한국문학비평상, 광주문학상 등 수상
▲시집 ‘이상한 마을에’(1994)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 ‘카오스의 나침반’, ‘궁수가 쏘아내린 소금화살’ 외 다수
▲문학평론집 : ‘자연의 음성과 사물의 감각화’, ‘균열공간의 조형과 실체인식’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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