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통하는데…다문화 아동 ‘사전등록제’ 소외 ●25일 ‘실종아동의 날’ 지문·사진 등록…평균 46분 내 가족 찾는 등 효과 이주가정 소통 장애·접근성 낮아…“홍보 등 필요” 오복 기자

2023년 05월 24일(수) 20:27

사진=연합뉴스

해마다 광주·전남에서 아동 실종신고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실종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제도에서 다문화 가정 아동들이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다문화 가정의 특성상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제도의 의도를 파악하고, 등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유치원 등을 보내지 않는 부모는 제도 자체에 대한 파악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문 등 사전등록제는 실종에 대비해 지문, 사진, 특징 등을 보호자의 인적사항과 더불어 국가기관에 등록하는 제도로, 만 18세 미만 아동과 연령에 상관없이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 질환자를 대상으로 2012년 7월1일 시행됐다. 등록은 안전드림 홈페이지(www.safe182.go.kr) 또는 가까운 경찰서 여성청소년계나 파출소에서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경찰이 실종자의 신원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평균 46분 내 가족을 만난 것으로 집계되는 등 효과와 적극적인 홍보로 참여율이 높다.

광주는 18세 미만 아동 16만1천939명, 전남은 18만8천534명이 등록해 각각 71.7%, 74.7%의 사전등록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의 경우는 예외다.

국내에서 태어나 유치원 등을 다니는 다문화 아동의 경우 언어적 장벽에 부딪혀 사전등록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이주 가정 또는 유치원 등을 다니지 않는 영유아는 제도 자체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다.

실제 이달 초 기저귀를 차고 맨발로 길거리를 헤매던 어린 다문화가정 남매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주소 파악 등이 쉽지 않았다.

지난 2일 오후 1시께 영암군 삼호읍 편의점 인근에서 윗옷과 기저귀만 차고 있던 A(4)양과 B(2)군은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부부의 자녀로, 어머니가 장을 보러 간 사이 호기심에 집안 문을 열고 외부로 나갔다가 길을 잃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인근 원룸촌과 편의점 CCTV를 확보하고, 인근 상점 주인들을 상대로 적극 탐문을 벌여 보호자 연락처를 확보했고 부모의 품으로 무사히 돌려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영유아에게 사전등록제는 가장 필요하고 실효성이 높은 만큼, 다문화 가정의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용교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대부분 ‘신청’을 통해서만 가능해 상대적으로 언어 상의 문제와 등록이 익숙치 않은 다문화 가정의 경우 소외될 수 있다”며 “가족센터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영유아에게 실효성이 가장 높은 사전등록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등록 권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보다 적극적인 사전등록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전남경찰은 영어, 몽골어, 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 등 각국 언어로 제작된 사전등록 신청서를 안내·제공하고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센터나 이주여성 문화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사전등록제를 홍보하고 있다.

손양익 전남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은 “전남지역에 다문화 가정이 늘고있는 상황에서 외국어 신청서 제작과 가족·이주센터 방문 등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보다 많은 가정이 사전등록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오복 기자